중국 전략담당 전격 교체, TFT팀 비상체제'브랜드 이미지' 고수하다 가격경쟁력서 밀려
  • ▲ ⓒ현대차
    ▲ ⓒ현대차

     

    #지난달 베이징 시내 중심부 한 호텔. 베이징현대 등 한국과 중국 현지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이 긴급 회동했다. 중국 시장의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지시한 직후다.

    당시 최기성 중국 전략담당이 주재하는 관례를 깨고, 2011년까지 현대차 중국사업부를 이끌어 왔던 노재만 사장이 참석하며 위기돌파 해법에 골몰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중국법인 사령탑이 모두 교체되는 초강수 속에, 현지 시장을 살리기위한 새판 짜기가 시작됐다. 최기성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현대차 중국 상용합작사인 사천현대 판매를 담당하던 담도굉 부사장을 중국전략 담당으로 앉힌 것. 노재만 사장은 중국전략 담당 상근고문으로 다시 복귀했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진출 12년만에 초유의 판매 부진을 겪으며, 불황타개를 위해 부심중인 상징적 장면이다. 6,7 월 판매가 연속 30% 이상 추락하며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지모델 출시 등 돌파구 마련에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다.

    ◇계속되는 판매 부진=현대차는 지난 7월 판매량이 5만4160대로 32%가 줄었고 기아차도 2만5460여대로 33%가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두 달 연속으로 30% 이상 판매가 줄어들면서 심각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베이징현대는 월간 기준으로 4년 만에 최악의 기록이다. 베이징현대는 올 상반기 신차 판매량이 51만229대로 전년 동기대비 7.7%가 감소, 올초 목표로 잡은 전년 대비 3% 증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차도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지난 상반기 판매량이 30만3157대로 전년 동기대비 2.4%가 줄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올들어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전체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유독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눈에 띄고 있다는 데 회사측이 전전긍긍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로선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 부진이 올해 글로벌 목표 달성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1185만300대에 그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 ▲ ⓒ현대차

     

    ◇경쟁업체 인하경쟁에 전략 부심=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12년 질주속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중국 토종 업체와 글로벌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던 이탈리아 마세라티 플래그십 스토어가 최근 폐쇄하는 등 고급차 판매점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현지 글로벌 메이커들은 상반기부터 신차 모델에 대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하폭도 평균 2만 위안(약 36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베이징현대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한다며 값을 내리지 않다 이달 들어 할인 판매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하락세를 뒤집기에는 경쟁사를 뒤쫓는 모양새다. 스포티지와 투싼 등이 중국 시장에서 선전 중이지만 모두 고가 모델(최고트림 19~24만 위안)이어서 이미 중국 토종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단기적으로 중국 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 팀(TFT)을 운영하며 전사적인 원가절감과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판매 인센티브 확대와 광고·마케팅 증가 등 보다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다음달 신형 투싼의 조기 투입을 통해 중국 SUV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스트라(밍투)와 ix25 등 인기가 높은 현지전략차종의 생산 공급 비중도 확대한다.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시장 성장세의 둔화와 로컬 브랜드의 성장, 그리고 합작사 간 경쟁 심화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올해 착공한 중국 4·5공장의 경우 생산 경쟁력과 소비자 니즈에 따른 공급 차종 및 물량까지 재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한 임원은 "중국 4·5공장의 경우 시장 성장세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 등 수요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가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의 차량 보급율은 여전히 국내 시장의 1/4 수준에 불과하다"며 "SUV 등 수요가 늘고 있는 차량과 새로운 현지전략 모델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