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관례 깨고 자사 M&A실 아닌 전담 별도 위원회 설치자회사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부실 비난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객관성·공정성 유지하되 제값 받기 위한 전략 분석
  • 산업은행이 KDB대우증권 매각 관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노림수를 내놨다.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아서 충분하게 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워낙 이목이 집중된 매각인 만큼 투명성 측면에서도 잡음이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산은과 인수 후보자들이 생각하는 대우증권의 매각가격 차이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또 산은이 주도해온 M&A(인수합병) 작업에 주간사로 참여하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온 산은 M&A실이 자신들의 자회사인 대우증권 매각작업에서는 제외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는 산은이 그만큼 대우증권 매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지분 43%(1억4048만1383주)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오는 10월 초 공고를 내고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에 대해 패키지·개별매각을 병행 추진키로 했다.


    산은의 대우증권 매각방안 발표를 앞두고 매각 방안과 과정 등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지만 매각주체와 관련해서는 산은M&A실이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산은M&A실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기 이전부터 국내IB 가운데 가장 풍부한 딜 수행경력을 자랑해왔기 때문이다. 산은M&A실은 최근에도 현대증권, 금호산업, 동부하이텍 등 산은이 주도한 대부분 주요 딜에서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바 있다.


    반면 지난주 (8월 24일) 산은은 이사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자회사 매각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이사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산업은행 M&A실을 매각자문사 선정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대우증권 매각 추진을 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매각추진위원회와 별도로 기획조정부와 M&A실 실무자들이 참여한 매각실무추진단을 꾸렸다


    매각추진위원은 총 7인으로, 위원장은 이사회에서 법률전문가인 신희택(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외이사를 추대했고, 나머지 6명은 매각업무와 관련된 부문장을 위원으로 선임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대우증권 매각에 대한 권한은 물론 책임 역시 매각추진위원회에 넘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사들을 비롯한 기업들의 M&A를 지켜본 결과 매각 성사까지의 어려움은 물론 딜이 종료된 이후에는 '헐값매각'논란을 비롯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며 "자회사를 팔아야 하는 산은 입장에서는 업계의 평가 자체가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에 대한 비난과 부담을 산은 역시 떠안고 있다는 점도 매각추진위를 따로 꾸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산은에 대해서는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현재 3조원대가 넘는 대규모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은 자체적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로 2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회사 관리에 헛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산은이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우증권 역시 자체적인 평가에 따른 몸값 판단이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 측은 "대우조선과 대우증권을 연결해 생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우증권 운영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우증권 경영진 역시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경영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산은측이 매각에 대한 책임을 매각추진위원회에 넘기는 대신 부담 역시 덜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이 지연되거나 매각가격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책정 되더라도 산은측은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전문 위원들의 분석으로 반드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원하는 몸값을 인수자로부터 받아 내겠다는 의도 역시 담겨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은 통상 매물 및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20~30% 선을 말하며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인정하는 수치"라고 말하며 대략적인 몸값을 제시했다.


    대우증권의 장부가는 지난해 말 기준 1조7758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붙일 경우 최소 2조5000억원이다. KDB자산운용(장부가 634억원)과 KDB캐피탈(장부가 5973억원) 매각가치도 각각 1000억원, 6000억~7000억원대로 추산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편의를 감안해 대우증권과 자산운용, 캐피탈을 패키지로 한꺼번에 팔면서도 3조원 이상을 받아오는 것이 산은 측이 매각추진위원회에 기대하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지난달 25일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등 자회사 3사 매각 작업을 위한 매각 주관사와 회계법인, 법무법인 선정 공고를 냈다. 매각 주관사는 국내사 1곳, 해외사 1곳을 선정하며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은 각각 1곳씩 선정한다.


    매각주관 입찰은 제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일까지 주관사 후보들로부터 입찰 서류를 받고 오는 4일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