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혼부부도 3순위 전세임대 자격 준다

국토교통부가 예비 신혼부부도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3순위 입주자격을 주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신청자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많이 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9·2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기존주택 전세임대 업무처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1일부터 행정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개정안은 예비 신혼부부도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자격조건을 완화하고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면적을 최대 85㎡로 넓히는 게 뼈대다.

우선 결혼 전에 살림집을 마련하는 예비 신혼부부를 위해 입주 때까지 혼인신고를 할 경우 신혼부부 전세임대 입주자격(3순위)을 주기로 했다.

신혼부부 전세임대주택 입주자격은 1순위가 '자녀가 있는 결혼 3년 이내 부부', 2순위는 '자녀가 있는 결혼 5년 이내 부부'다. 3순위는 기존 '결혼 5년 이내 부부'에 예비 신혼부부가 추가된다.

그러나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임대 물량을 추가로 공급하지 않고 뒷순위 입주자격만을 주기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주택임대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고서 무주택 가구 구성원에게 수도권 기준 보증금 400만원, 월세 11만원 수준으로 재임대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총 3만5000가구를 전세임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임대는 17%인 6000가구다.

문제는 전세임대 공급물량은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입주자격만 완화해 경쟁률만 부채질하는 셈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예비 신혼부부는 뒷순위인 3순위 자격을 얻게 돼 수도권 등 경쟁률이 높은 지역에서 입주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결혼하고 싶어도 전세를 구하지 못해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신혼부부 전세임대의 대상자 폭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공급 총량은 늘지 않고 기존 대상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서 (뒷순위 자격부여는) 생색내기용으로 끝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시장에서 즉시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건설임대보다 매입 또는 전세임대인 만큼 공급 물량을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물량을 나눠쓰는 접근법으로는 기존 대상자 중 누군가가 (예비 신혼부부 자격 완화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아직 3순위 신청자들의 전세임대 입주 통계가 없어 실효성에 대해 답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경쟁자끼리 입주 순위가 같으면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많이 주는 방식도 형평성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국토부는 입주 순위가 같은 경쟁자의 경우 신청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높게 줄 예정이다. '30세 미만' 3점, '30세 이상 35세 미만' 2점, '35세 이상'은 1점을 주는 식이다.

하지만 경제·사회적 여건상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가운데 신청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점을 더 주는 것은 당치않다는 의견이다.

회사원 이모씨(39·서울)는 "결혼을 서두르고 싶어도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미루는 상황이어서 답답한 심정인데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이유만으로 입주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관계자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더 주어 정책적으로 출산율 제고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최대 전용면적을 3명 이상이 사는 조건으로 85㎡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대학생 혼자 사는 경우 40㎡ 이하(장애인 등 50㎡), 2명 이상이 살면 60㎡ 이하의 전세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대학생 혼자 또는 2명이 사는 경우도 최대 면적을 현행보다 10㎡씩 늘려 각각 50㎡ 이하(장애인 등 60㎡)와 70㎡ 이하로 확대하도록 했다.

일반 전세임대주택도 혼자 살 때 최대 40㎡ 이하에서 50㎡ 이하(장애인 등 60㎡)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세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택의 범위가 넓어져 전세임대주택을 더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토부 홈페이지(www.molit.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