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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건설시장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텃밭인 중동 시장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교두보 역할을 할 해외건설협회는 별다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올해 어떠한 프로젝트도 계약하지 말 것을 각 정부기관에 요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는 해외 수주의 핵심인 중동 시장에서도 주력 국가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이 29억5000만달러를 따내며 주력시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 신규 수주액은 9억8615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 외에 예멘에 군사 공격 등으로 정부가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영업 환경이 악화한 데다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를 지양하면서 인도·중국 등 경쟁국에 프로젝트를 뺏기고 있어서다.
이처럼 시장 상황 급변에 국내 건설사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사 혼자 사업을 벌이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며 "실제 타국은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수주고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UAE 등에 국토교통부 해외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UAE 등에 해외지부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현지 건설시장의 정보를 빠르게 국내에 전달하고 진출 건설사들의 원활한 영업환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외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보다는 당장 벌어진 문제를 봉합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심지어 긍정적인 전망만 쏟아내고 있어 시장에 혼란마저 주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7월 중동 진출 전략 세미나에서 아직 중동에 먹을거리가 많다며 장밋빛 전망을 발표했다.
당시 세미나에서는 올해 사우디건설시장이 995억달러로 수·전력, 교통 부문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발표됐다. 국내 건설사들이 주력인 플랜트 외에 토목·인프라 사업에 뛰어들면 수주고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우디 재무부는 올 연말까지 모든 프로젝트 계약을 중단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해외건설협회의 사우디 건설시장 분석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빠른 시장 정보 공유를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며 해외지부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과는 안타까움을 준다.
해외건설협회는 지난 2010년 1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해외지부를 출범한 바 있다. 매년 예산 증액을 통해 지난해에는 21억6000만원의 국고 지원을 받기도 했다. 해외 건설시장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만큼 예산 투입도 늘어났다.
실제 우리 정부는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며 연초 해외수주 목표 700억달러 돌파를 내세운 바 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올 3월 중동 순방에 나서며 대형 프로젝트 수주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에 돌입한 10월 현재 국내 수주는 354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660억달러)에 절반 수준이다.
중동의 저유가 여파는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그런에도 정부가 연초부터 터무니없는 제2 중동 붐이나 신규수주 700억달러 돌파 목표를 발표한 것은 현실적인 전망이 아닌 달콤한 장밋빛 전망에 귀를 기울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이란 말이 있다. 감언이설(甘言利設)보다는 국내 건설업계의 실질적 해외 수주를 돕는 현실적인 정보공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