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질 끌어오던 현대증권 매각 불발, 오릭스-현대그룹 인수계약 해제연명했던 윤경은 사장 최대 수혜, 김기범 내정자 불운으로 취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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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왼쪽)과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오른쪽).ⓒ각 사
    ▲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왼쪽)과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오른쪽).ⓒ각 사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면서 떠날 준비를 하던 윤경은 대표이사 사장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의 운명이 한 순간에 뒤집어졌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했던 오릭스PE가 현대그룹 측에 인수계약 해제를 통보함에 따라 약 9개월간 끌어오던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이번 매각 불발로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린 것.

     

    우선 윤경은 사장이 최대 수혜를 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8일 오릭스 PE는 현대그룹과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즈음 오릭스PE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때부터 사실상 떠날 준비를 했던 윤 사장이 4개월 정도를 연명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윤 사장은 4개월치 급여를 덤으로 챙겼다.

     

    윤 사장은 올 상반기에만 10억8500만원을 받았다. 증권사 CEO 중에 다섯번째로 고액의 보수를 받았다. 즉,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4개월치 보수는 6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 3월 연임되면서 윤 사장의 잔여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 잔여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윤 사장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윤 사장의 지갑은 두둑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윤경은 사장은 계속해서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하던대로 충실히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에서도 윤 사장 거취는 아직 미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은 “윤경은 사장의 잔여 임기 및 거취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경은 사장과 달리 김기범 대표 내정자는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인수단을 꾸려서 현대증권 인수 준비에 박차를 가했던 그는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김기범 내정자의 머릿속에는 현대증권을 탈바꿈시킬 비전과 계획이 있었겠지만, 제대로 밑그림 조차 그려보지 못하게 됐다.

     

    그는 2012년 대우증권 사장으로 선임됐지만, 지난해 7월 임기를 다 채우지못하고 물러났다. 올 초에는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황영기 회장에게 패하고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윤경은 대표를 포함한 기존 이사진 7명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오는 23일 예정된 임시주총을 취소하기로 했다.

     

    오릭스PE 측에서 선택한 새로운 이사에 대한 선임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증권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의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시가 마무리되는대로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 선임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사내이사로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상근), 유창수 전 AIP 대표(상근), 이종철 오릭스 PE 대표(비상근), 김신완 오릭스 PE 부대표(비상근)가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이용호 딜로이트코리아 부회장, 노태식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김동건 전 이랜드그룹 CFO, 김유종 전 성민위스코 법정관리감사, 박윌리엄 전 광운대 교수가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