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력감축·선박 구매계획 철회"당장 국내조선사들에 불똥…옵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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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소재 세계 최대 해운사 머스크라인이 긴축경영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머스크는 인력 감축과 동시에 예정했던 선박 구매도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가 세계 해운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선사들의 발주 계획 철회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의 불똥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로 튀었다. 이들 업체는 올해 중순 머스크와 수척의 대형 컨테이너선 옵션 계약을 체결했는데, 사실상 추가수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컨테이너 화물운반 인력 2만3000여명 중 4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대우조선과 중국 업체와 각각 맺었던 1만963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선 6척 및 3600TEU 컨선 2척의 옵션 계약도 취소했다.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1만4000TEU 컨선 8척의 옵션 행사 결정 또한 연기키로 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이 가중된 데 따른 응급조치로 풀이된다.

    옵션 계약의 경우 수주 실적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의 매출 감소는 없지만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9억6000만 달러, 9억7600만 달러 씩의 추가수주 기회를 잃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머스크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수주 전망 자체가 크게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세계 선박 발주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대형 컨선 및 LNG(액화천연가스)선의 발주는 비교적 꾸준한 편이었다. 컨선의 경우 해운업이 불황인 상황에서도 머스크가 경쟁적으로 선박을 발주했던 영향이 크다.

    이를 두고 머스크가 컨선 공급을 늘려 세계 해운운임지수를 끌어내린 뒤, 재무구조가 약한 업체들을 하나 둘 몰아내는 식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 이런 점들이 대형 컨선 제작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이런 방침을 철회하고 허리띠를 졸라 매기로 한 만큼 향후 컨선 발주 또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머스크 뿐 아니라 MSC, CMA-CGM 등 세계적 선사들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긴축경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머스크는 세계 최대 해운사로 업계 전체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만큼 이번 긴축경영 발표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2, 3위 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선사들이 (머스크와) 구조적으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컨선 발주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