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시너지 효과-실적 제고 숙제
  • ▲ 대우증권 인수전을 바라보는 NH농협금융의 표정이 씁쓸하다. 증권 1위 자리를 내주고 지주사 포트폴리오 비교우위도 흔들리게 됐다ⓒ
    ▲ 대우증권 인수전을 바라보는 NH농협금융의 표정이 씁쓸하다. 증권 1위 자리를 내주고 지주사 포트폴리오 비교우위도 흔들리게 됐다ⓒ

     

    대우증권 인수전을 바라보는 NH농협금융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누가되든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은 단박에 1위 자리에서 밀려난다. 가장 이상적인 '은행-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춰다는 지주사의 비교우위도 흔들린다. 우투증권을 인수하며 기세를 올렸던 불과 1년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가 없다.

    ◇ 막내리는 증권 1위 '1년 천하'...더딘 시너지효과에 실적도 초라

    지난해 12월 31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은 상반기 연결기준 자기자본금 4조4979억원, 총자산 41조원로 자산 규모면에서 업계 1위사다.

    '규모의 경제'에 영향을 받는 업권 특성상 NH증권은 지난 1년, 업계 1위라는 톡톡한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하지만 NH증권의 '1년 천하'는 조만간 막을 내린다.

    지난 2일 마감된 대우증권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경쟁상대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자기자본 규모 4조3049억원으로 업계 2위인 KDB대우증권을 품는 곳은 NH증권을 밀어내고 단숨에 1위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격차도 제법 벌어진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가 석패한 KB금융이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경우 자산 규모는 5조원에 육박해 NH투자증권을 앞서게 된다. 미래에셋과 한투가 인수할 경우에는 7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전망으로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 ▲ 우투증권 합병으로 1위 증권으로 올라선 NH투자증권의 1년 천하가 조만간 막을 내린다ⓒ
    ▲ 우투증권 합병으로 1위 증권으로 올라선 NH투자증권의 1년 천하가 조만간 막을 내린다ⓒ



    합병 시너지가 가시화되지 못한데다, 실적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실적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합병위로금, 통상임금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멈칫거렸다.

    상반기 161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 813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순익을 달성했지만 1, 2분기 최대 호황을 누린 업황 덕이 크다. 당장 3분기에는 특별한 일회성 요인이 없었음에도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13% 감소한 672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IB 강점을 살려 글로벌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투자거점이 되는 해외법인의 영업실적도 초라하다. 뉴욕,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모두 6개의 해외법인중 실질적으로 이익을 낸 곳은 인도네시아 법인과 홍콩 법인 2곳 뿐이었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해외 인지도가 낮다보니 현지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국내·글로벌 투자의 연결고리가 되는 해외 법인의 역할이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한다.

    재무제표에 해외 법인에 관한 사항을 공시하지 않아 은폐의혹도 일었으며 폐쇄한 해외 법인에 'Woori'라는 상호를 떼고도 제때 정정공시를 하지 않아 망신살을 샀다.

    합병 1년만에야 두 회사의 노조가 통합을 추진할 정도로 화학적 결합도 더디다. 지난 추석때는 명절 선물을 옛 회사 기준에 맞춰 따로따로할 정도였다.

     

  • ▲ 1등을 뛰어넘자던 기세는 1년새 사라지게 됐다ⓒ뉴데일리 DB
    ▲ 1등을 뛰어넘자던 기세는 1년새 사라지게 됐다ⓒ뉴데일리 DB



    ◇ 은행-非은행 포토폴리오 비교우위도 흔들

    전임 NH농협금융 회장이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과감한 베팅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NH농협금융을 덩치 면에서 4대 금융그룹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은행과 보험, 증권 등으로 잘 짜인 포트폴리오는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다.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33%를 차지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는 은행과 카드 부문에 집중된 신한금융보다 오히려 낫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속에 NH농협금융은 2020년 총자산 420조 순익 2조라는 부푼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교우위도 더이상 누릴 수 없을 전망이다.

    KB금융의 경우, 그동안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계열 증권사가 유일하게 중소형사 수준에 머물러 왔다. IB에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인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을 출범시켰지만 신한금융투자(연결 기준 자본금 1조2970억원), NH투자증권(1조5313억원) 등 대형증권사를 거느린 다른 주요 금융지주들에 비해 금융투자 계열사 규모가 작아 고민이 컸다. KB투자증권의 자본금은 1579억원에 그치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시에는 이런 고민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그룹 내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이점도 얻게 된다.

    올해 K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1조 3517억원)을 계열사별로 비중을 나눠보면 은행의 순이익(9640억원)이 전체 순이익의 67%나 차지하고 있다. 증권의 순이익(480억원)은 3% 비중에 그치고 있다. 은행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카드의 순이익(2850억원) 비중은 20%다.

    올해 대우증권의 연간 예상 순이익은 약 3695억원으로, 만일 KB금융이 인수하게 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현실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