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탄원서 제출 등 행동 나서현재 재판 진행 중… 2심 이달 27일 열려
  • "왜 기어이 이곳에 레미콘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한번 없어진 레미콘 공장이 다시 들어오면 주민들은 소음, 분진, 교통 체증 등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창고를 짓겠다고 했으면 이 정도로 반발하지도 않는다. 레미콘 공장 이전을 철회했으면 한다" (방배 우성 주민 A씨) 

    서울 서초구 방배동 2726번지 일대 3073m²에 있었던 레미콘 공장 이전을 둘러싸고 인근 단지인 방배 우성, 방배 래미안 주민들과 레미콘 회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레미콘 공장 이전을 철회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 ▲ 방배 우성 옆 삼성 방배 래미안 주민들도 레미콘 공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뉴데일리경제
    ▲ 방배 우성 옆 삼성 방배 래미안 주민들도 레미콘 공장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뉴데일리경제


    지난 8일 뉴데일리경제는 지하철4호선 인근에 있는 방배우성 아파트와 삼성 방배 래미안 단지를 찾았다. 이곳에는 레미콘 공장 이전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소음, 분진 피해와 환경 오염 등의 이유를 들어 레미콘 공장이 방배동 일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원길 삼성 방배 래미안 관리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주민들이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고 항의의 표시로 현수막도 걸었다"고 전했다.

    이어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은 정상 허가가 났지만 주민 반발 때문에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설령 레미콘 회사 측이 재판에서 승소해도 주민들이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어서 레미콘 공장을 가동하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 레미콘 공장이 있었던 부지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뉴데일리경제
    ▲ 레미콘 공장이 있었던 부지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뉴데일리경제


    다툼의 씨앗이 된 레미콘 공장은 레미콘 제조업체 렉스콘이 지난 1976년부터 운영해 왔다.

    렉스콘은 사당역에서 남태령까지 이어진 과천대로 옆 방배동 2726번지 일대 3만9370m²를 소유해 왔다. 레미콘 공장은 과천대로와 인접한 3073m² 부지에서 운영됐다.

    서울시는 2010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위해 렉스콘 공장 용지 3073m² 중 2392m²를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렉스콘은 같은 해 11월 방배동 2726번지 부지 중 9238m²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고 서초구청에 신청했다. 

    서초구는 렉스콘이 공장 용지가 아닌 다른 땅을 무단으로 형질변경해 사용해온 데다 자연재해 위험과 생태 보존 등의 이유로 공장 설립 신청을 2011년 1월 반려했다. 우면산 서쪽 자연 녹지 지역인 점과 부지 주변 경사가 급하고 높이 약 51m 암반과 인접해있는 것도 거부 근거로 들었다.  

    렉스콘은 서초구의 거부에 즉각 반발해 서울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자연재해와 생태 보존 등 서초구의 사유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2011년 3월 심판을 기각했다.

    이에 렉스콘은 자사가 소유한 방배동 2726번지에 기존 레미콘 공장과 같은 규모(3073m²)로 공장을 이전하겠다고 2011년 8월 서초구에 신청했다.

    서초구는 공장 신설을 거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재해 위험과 상태 보존 등의 사유로 같은 해 9월 반려했다. 그러자 렉스콘은 같은 해 11월 감사원에 서초구의 거부처분에 대한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서초구는 2012년 5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장 등록 취소 의사를 담은 사전 통지서를 렉스콘에 통보했다. 렉스콘은 방배동 공장 인력을 인천과 경기 안양시 등으로 배치하고 공장을 철거했다.    

    진익철 당시 서초구청장은 자서전에서 "렉스콘 공장은 서초구의 대표적 민원 대상이었다"며 "드디어 흉물스럽게 솟아오른 그 공장이 사라졌다. 서울시가 수용한 토지 외의 땅에는 나무를 심어 산림으로 복구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고 회고했다. 

    2013년 10월 감사원은 서초구 결정이 정당하다며 렉스콘의 청구를 기각했다. 렉스콘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1월 7일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소송에선 렉스콘측이 승소했다. 법원은 공익사업으로 인한 공장 이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이 반려 사유로 든 자연재해 위험과 무단형질변경 등의 법적 해석에 대해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서초구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 부지 뒤편에는 암반 사면이 있고 아파트와 학교도 근처에 있다"며 "합법적이라고 해도 레미콘 공장이 들어설 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 공장이 가동되게 되면 레미콘 미세먼지 등으로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개발이 중시되는 1970년대엔 주택 옆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지만 현재는 주거 환경 보호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렉스콘측은 "일단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온 후 대응 방향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미콘 부지 이전을 두고 진행 중인 2심 행정소송은 오는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 서초구 외에도 성동구, 송파구 등에서 레미콘 공장을 둘러싸고 업체와 주민·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삼표레미콘 공장은 폐수를 하천으로 무단 방류해오다 적발돼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