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부점장이 탄생했다. 스타벅스가 장애인 바리스타를 본격 채용하기 시작한 2011년 장애인 채용 전용 1기로 입사한 권순미씨(여, 36세)가 주인공으로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지난 1일 부점장으로 승격했다.
 
권순미 씨는10월부터 진행된 필기시험, 인적성 검사, 직무진단, 인성면접, 임원면접 등의 단계를 거쳐 10대1의 경쟁률 속에서 부점장 직급으로 최종 합격했다. 이후 12월 1일부터 3일간 진행된 부점장 입문 교육을 수료하고 승격 임명식을 마쳤으며, 기존에 수퍼바이저 직급으로 근무했던 가락시장역점에서 매장을 옮겨 올림픽공원남문점으로 새롭게 발령받아 출근하게 된다.
 
그녀는 보청기를 통해서 작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2급 중증 청각장애인으로, 입모양을 보는 구화로 상대방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입사 이후에는 '안녕하세요'라는 기본적인 표현부터 시작해 매일 매일 목소리를 내며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의사 표현 실력을 키웠다.
 
또한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의지로 올해 2월에는 스타벅스의 커피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커피마스터 자격도 취득했다. 스타벅스 커피마스터는 최소 6개월 이상 커피 원산지 지식, 원두 감별 테이스팅, 커피 추출기구 실습, 로스팅 교육 등의 종합적인 과정과 평가를 거쳐 선발되며, 커피전문가를 인증하는 검정색 앞치마를 입고 근무할 수 있다.
 
한편, 권순미 부점장은 승격 임명식을 마치고 "동료 파트너와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관리자가 되겠다"며 "장애를 넘어서는 도전과 의지, 커피에 대한 열정으로 동료 장애인들과 도우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리를 함께한 주홍식 인사총무팀 수석부장은 "권순미 부점장은 그간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멘토로서도 많은 역할을 해왔으며, 단골 고객이 권순미 부점장을 보고 본인의 청각장애인 자녀에게 스타벅스 입사를 추천하는 등 일반인들에게도 장애의 장벽을 넘어서는 일하는 즐거움을 보여줘 왔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장애인이 서비스직에 부적합하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지난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해, 2012년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증진 협약을 체결하고 체계적인 장애인 바리스타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청각, 지적, 정신 등 총 142명의 장애인이 전국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중 중증은 113명, 경증은 29명으로 차별 없는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장애인 채용 이후에도 평생 직장으로서 직무 적응 및 고용 안전을 위해서 장애 유형별 맞춤 교육 프로그램, 직장 내 장애 인식 개선 교육 등 다양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 권순미 부점장 인터뷰
 
Q. 스타벅스에서 근무한지 얼마나 되었고 일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2011년 8월에 입사했다. 입사 전 집 근처에 있던 매장에 일주일에 3~4번 방문했었다. 마침 바리스타 채용 정보를 듣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해서 입사하게 되었다.
 
Q. 청각장애로 인해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는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입사 이후 처음에는 고객 주문 응대가 가장 어려웠다. 고객의 입모양을 주시하면서 POS 화면을 번갈아 주시한 사이, 고객의 추가적인 주문을 놓치는 경우가 생겨, 고객의 요청과 다른 음료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입모양을 보고 숏(Short)과 톨(Tall) 사이즈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고객에게 컵을 보여주면서 사이즈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어려움을 어렵다고 생각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새로 합류하는 파트너들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내가 가진 장애에 대해서 "난 귀가 안들려요. 내가 못 알아 들으면 터치하거나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해줘요"라고 먼저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를 어렵게 대하지 않도록, 가끔은 근무 후에 만나서 가벼운 맥주도 즐기면서 웃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한다.
 
고객님과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과의 마음도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입사를 하고 나서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 고객님들에게 인사를 건넬 때에도 밝은 목소리를 내려고 하루에 수 백번 소리를 내어 연습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에게는 사소한 일 하나 하나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에겐 연습을 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Q. 라떼아트를 어떻게 배우게 되었는지?
 
예전에 다른 파트너가 라떼아트로 하트를 그려내는 것을 보고 너무 근사해 보였다. 빨리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 설명은 들었지만,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노력을 해도 그려지지 않아, 지역을 대표하는 커피마스터에게 요령을 배우고 잘못된 방법에 대한 수정을 거친 후 저도 하트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 머그에 라떼를 주문하시는 고객에게는 바쁘더라도 라떼아트를 그려서 제공하고 있다.
 
Q. 권순미 파트너의 특별한 라떼아트는? 또 어떤 그림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하트를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라떼아트 중에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가끔 로제타 혹은 더블하트를 시도할 때도 있지만, 아직은 노력하는 단계이다.
 
Q. 남편분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결혼하신 지 얼마나 되었는지?
 
첫 근무지가 올림픽공원안에 있었던 올림픽공원점이었는데 올림픽공원 인근에 근무하고 있었던 분이 가끔 매장에 커피를 마시러 오곤 했었다. 
 
화이트데이때 매장으로 장미꽃 100송이가 배달이 되었는데 만나고 싶다고 편지를 보고 만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이 남자, 전혀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는 날 가장 많이 응원해주고 있다. 
 
Q. 매장 고객들이 '베스트 스마일'로 선정했는데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떤 사람이던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베스트 스마일'로 뽑아주신 것은 웃으면서 고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저의 노력을 고객들이 알아봐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은 아무래도 일반인 동료 파트너보다 서투르지만, 서로 이해하고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나에게는 의미가 매우 크다. 그만큼 더 기쁘고 뿌듯하기도 하다.
 
주문을 받을 때 항상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고객님의 얼굴을 주시한다. 가끔은 고객들이 아이 컨택(eye-contact)이 너무 강하다고 할 때도 있다. 그 때마다 '너무 부담되셨어요?' 라고 웃어넘긴다.
 
항상 웃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웃으려고 노력하는 건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