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발의자 유승민 원내대표 합의로 사회적경제법 처리할 뻔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를 하루 앞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여야의 문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삶의 문제"라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 정치권도 당리당략적인 것은 좀 내려놓고 이렇게 우리 국민들의 삶을 위하고, 희망과 일자리를 만드는 일에 나서주기를 대통령으로서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여야는 지난 2일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야당이 내놓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함께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날까지도 세부 내용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정 반대 법안을 패키지로 묶어 일이 어렵게 됐다"

경제계에서는 애당초 이 법안이 연계되면서 처리가 더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차라리 두 법안이 함께 통과될 바에는 서비스법이 통과 안되는 편이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수년 간 경제활성화법안으로 입이 마르게 요청해온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사회적 기업의 의무구매 비율을 규정한, 반(反)시장주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연계해 통과를 한 뒤에도 여당은 비판 받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호소은 법안의 본질을 봐 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패키지 거래'로 뭉뚱그려 처리를 논의할 게 아니라 법안의 파급효과, 경제적인 성과 등에 대해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서비스법은 2012년 9월 정부안으로 발의됐고, 사회적경제법은 2014년 4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처음 발의해 정부안이 1년 6개월 먼저 스타트를 끊었으나 실제 법안 논의 속도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더 빨랐다. 

우선 서비스법은 발의 직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상정됐을 당시부터 야당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경제재정소위로 넘어가는데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반면 사회적경제법은 지난해 4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발의 이후, 같은 해 10월에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 11월 정의당 박원석 의원까지 비슷한 취지의 같은 법안을 쏟아냈다. 마치 여야가 한 뜻으로 사회적경제법의 통과를 희망하는 듯이 보였다.  





  • ◇ 유승민 與 원내대표 발의, 사회적경제법은 ‘탄탄대로’

    두 법안은 지난해 11월 14일 처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 나란히 상정됐다. 당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56번째, 사회적경제기본법은 58~60번째 논의 순번을 차지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논의 우선순위를 의미하는 이 '순번'은 뒤바뀌었다. 

    최초 법안 발의자인 유승민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에 오르면서 법안처리에 '청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신기남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유 의원의 법안 처리를 전제로 삼고 있어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의 통합처리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급기야, 유승민 새누리당, 우윤근 새정치연합 당시 원내대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마음이 급해진 건 여당 의원들이었다. 

    올해 첫 경제재정소위원 회의(4월29일)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의사일정 7~9번에 배치됐다. 반면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여전히 논의 '뒷전'인 50번에 위치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위 의원들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논의한 뒤에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논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은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야당이 먼저 낸 법안이 아니다"라면서 "새누리당 육십 몇 명이 넣어서 먼저 한거고, 이번 원내대표 회담에서도 먼저 처리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서비스법도 함께 처리해 달라" 부탁한 與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 논의 속도는 탄력을 받았다. 유승민 의원의 안으로 통합 처리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야당 의원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소위 통과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에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이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법안도 동시에 다루자"고 서비스법을 꺼냈다. 

    박 의원은 "서비스산업기본법도 동시에 다뤄서 거기에 야당의 의견을 반영시켜 염려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같이 간다면 좋겠다"면서 "2법안이 다 가능하면 4월 국회에서 가고, 어렵다면 둘 다 6월 국회에서 갈 수 있도록 여유를 갖자"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 입장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없이 사회적경제기본법만 간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에 법안 발의자인 신계륜 의원은 "새누리당이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먼저 만들고 법안도 먼저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저희 당의 안이 아닌 새누리당의 안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마찰을 빚으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과의 갈등은 사회적경제기본법 발의 같은 움직임 때부터 내재돼 있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만약 4월 달에 서비스법과 사회적경제법을 묶지 않았다면 사회적경제법만 통과됐을 것"이라며 "그럼 우리가 지금 서비스법을 처리하기 위해 또 다른 법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