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조원 전망됐던 대우證 몸값, 주가 하락에 지금은 2조원 안팎 거론빅3 인수후보군 "향후 리스크 우려…오버베팅 하지 않겠다"
  • "2조를 쓰면 대우증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2조가 안될 수도 있다."(빅3 후보군 A사 관계자)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대우증권 본입찰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몸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물론 시장참가자들도 이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 가격을 두고 빅3 인수 후보인 KB금융,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은 일제히 대우증권의 적정 인수가격을 2조원 안팎으로 점치고 있다.

     

    경영프리미엄과 KDB자산운용을 합한 가격으로 당초 인수전 초반 예상했던 2조3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보다는 대폭 하향된 수준이다.


    이는 대우증권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시기 조율만 남아있다. 국내 주식시장 역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지고 오히려 코스피는 1900선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모습이다. 해외증시 역시 모두 부진하다.


    이처럼 부정적인 업황은 브로커리지를 기반으로 하는 증권사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브로커리지 회사인 대우증권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3분기에도 거래대금 감소로 전분기 대비 순이익이 반토막났던 대우증권은 4분기는 물론 내년 영업환경도 비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브로커리지 회사인 대우증권이 4분기 적자전환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돌고 있다"며 "주당 1만원도 위태로운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증권 주가는 14일 장중 1만원이 붕괴된 98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대우증권 주가가 주당 1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월 28일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산업은행이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난 8월24일 종가는 1만1750원으로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1383주)를 보유한 산업은행의 장부가 역시 1조6507억원에서 1조3851억원으로 2656억원이 하락했다.


    인수후보자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빅3 후보군 중 B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대우증권의 주식수가 1조4000억인데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얹어도 2조가 안되고, 아무리 밸류에이션을 평가해도 2조를 넘길 수 없다"며 "결국 세 후보군 가운데 누가 2조를 쓰느냐가 관건이고, 1조9000억원 선에서 승자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3곳의 후보군들은 모두 지난달 초 실시됐던 예비입찰에서 모두 2조원 미만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C사 관계자는 "당초 업계 예상보다 인수가격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무리하게 베팅해 인수에 성공하게 되더라도 재무부담이 드러나 투자자들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적정가격을 써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우증권이 15조원에 이르는 채권운용규모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5년동안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아 몸집이 거대하고, 노조의 입김이 쎄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았다.


    물론 본입찰을 눈앞에 두고 이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대우증권의 몸값을 최대한 빼기 위한 작전으로 풀이된다. 또 대우증권의 지분을 파는 입장인 산업은행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산업은행이 시장 여건이 나아지는 때를 기다렸다가 재매각에 나서기 보다는 2조원 안팎의 가격이 제시된다면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손실로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함께 4조2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조속히 대우증권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헐값매각에 따른 향후 배임죄 논란도 가능성이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사들인 가격이 1조1000억원이기 때문에 2조원 안팎의 가격으로 매각한다고 해서 헐값에 매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번에 매각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게 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증권가에서는 현대증권은 물론 대형 증권사가 내년 이후 추가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우증권의 본입찰은 오는 21일 진행되며 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회사는 추가 실사 후 가격협상에 돌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