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비율 낮추고 新NCR 높여 재무건전성 증가늘어난 자금으로 기업신용공여·PI·해외 AI·채권에 투자
  • 미래에셋증권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를 통한 글로벌IB(투자은행) 도약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몸집을 불린 것 자체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시장의 우려속에서도 유상증자에 나서 9561억원의 실탄을 확보했다.

     

    예비입찰을 불과 일주일 가량 남겨둔 시점에서도 대우증권 인수전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접전 중이며, 미래에셋증권 역시 내외부적으로 인수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상증자와 함께 최근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까지 추진 중인 미래에셋증권이 만약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할 경우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몸집을 불렸더라도 그에 따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자기자본이 단숨에 3조원을 넘어서 현재 NH투자증권,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5개사가 보유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회사' 면허를 취득하게 돼 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의 9월30일을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5000억원으로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95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확충한 것을 감안하면 자기자본은 3조5000억원에 이르는 수준으로 증가한다.


    특히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기업 대출 등 IB 업무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그만큼 먹거리가 많아지게 된다.


    재무건전성 개선효과도 발생했다. 부채의존도를 보여주는 레버리지 비율 제한(1100%)이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1000%에 이르렀던 레버리지 비율을 유상증자를 통해 709%로 대폭 낮췄다.

     

    일부 증권사들은 불과 20여일 후에 레버리지 비율 규제가 시행되면 영업 전반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준의 차입에 의존한 자금 운용을 막자는 차원에서 증권사 레버리지 비율 제한을 당장 내달 부터 시행하겠다고 못박아둔 상태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900~1000%의 레버리지 비율을 보이고 있어 내년부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700% 초반으로 비율을 떨어뜨린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타 증권사에 비해 비 주력 부분이었던 파생상품·RP(환매조건부채권) 판매를 오히려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되는 순자본비율(신NCR·감독기준 100%) 역시 이번 자본확충으로 470.2%(6월 말 별도기준)에서 944.4%로 높아진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업부분 확대를 위한 자금활용 계획도 세워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늘어난 만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 기업신용공여를 위한 인력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ROE(자기자본이익률)가 8%를 넘어 업계 수위권을 달리고 있는데 자기자본을 늘려 자기자본투자(PI)와 해외 대체투자(AI)분야를 키워 ROE를 8%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관련 부서를 키우기 위한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채권자금 운용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채권 관련 부서 추가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의 절대적인 경쟁력은 '사람'인 만큼 만약 대우증권 인수가 실패할 경우 인력충원을 통한 사업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대우증권의 해외채권운용부 소속 직원을 영입하며 논란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서는 직원 한명의 이직을 확대해석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나 채권 트레이더 등은 회사 소속이라는 유대감이 강하지 않으며 성공보수나 인센티브, 급여조건이 더 나으면 이직을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과장급 직원 한명의 이직 추진을 두고 대우증권의 인수의지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예비국고채전문딜러(PPD)에서 국고채전문딜러(PD) 승격을 앞두고 최근 채권 관련부서 인력을 충원 중이다.


    이밖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와 연금사업 등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키우는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8000억원대의 인수금융 추진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자금마련이 주 목적이지만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자기자본 외에 추가 투자필요성이 생긴다면 인수금융을 통한 투자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 본입찰은 21일 진행되며, 24일 최종 승자가 가려질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금이 어디에 투입될지도 이때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