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PE, 현대증권 매각 무산...파킹딜 의혹 등 남기고 끝나
  • 올 한해 여의도 증권가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업계의 주목을 가장 받이 많은 것은 M&A 이슈로 꼽힌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5년에는 대우증권 인수전, 현대증권 매각 무산 등 M&A 이슈가 여의도 증권가를 가장 뜨겁게 달궜다.

     

    현재 진행 중인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올 한해 가장 주목을 받앗다. 자기자본 4조2000억원 가량의 업계 2위 대우증권이 드디어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대형 변수인 것.

     

    인수전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 KB금융지주(KB투자증권의 지주사),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이 출사표를 던지고 경합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하게 되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되고, KB금융지주가 승리하면 지주 내 비은행권 강화라는 숙원을 풀게 된다. 오는 21일 본입찰이 예정돼 있고, 이르면 24일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대우증권 못지 않게 관심을 끌었던 오릭스 PE의 현대증권 인수전은 아쉽게 무산됐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팔려던 현대증권이 끝내 불발된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되면서 오릭스 PE와 현대그룹간 매매계약이 해제됐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은 인수단까지 꾸리고 준비를 했지만, 헛수고로 끝나버렸다.

     

    중소형 증권사인 LIG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은 올해 새주인을 찾았다. LIG투자증권은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리딩투자증권은 AJ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됐다. 다만 LIG투자증권의 경우 노조가 반대 의사를 밝히며 규탄결의대회까지 열어 최종 인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증권사들이 적극 동참해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고 예비인가를 따냈다. 현대증권도 KT가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했다. NH투자증권은 인터파크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합류했지만,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올해는 증권사들의 유상증자도 줄줄이 진행됐다. 덩치를 키움으로써 내년에 있을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BK투자증권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3월 말 1075%이던 레버리지 비율이 8월 말 현재 820%로 떨어졌다. 유상증자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규제 범위를 크게 벗어나 안정권에 들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한 끝에 956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우증권 인수자금은 물론 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해 덩치를 키우고 실탄을 마련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도 1200억원 규모로, 메리츠종금증권도 41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금융당국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ELS 발행을 자제하도록 한 것도 증권사들의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상반기에는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전년대비 크게 호전됐지만 3분기 들어서는 ELS 손실 탓에 순이익이 급감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2분기 대비 반토막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증시 급등락으로 ELS 헤지 관련 운용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3분기 중 전체 증권사의 파생상품관련 손실이 1조318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홍콩과 중국증시가 7월 이후 동반 급락하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국내 증권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이 과정에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발행을 줄이려는 금융당국과 이에 반대하는 증권사간의 신경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내홍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주진형 사장의 독단경영에 그룹과의 갈등이 심화됐고, 내부에서조차도 서비스선택제에 반대하며 반발했다. 결국 한화그룹이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한 여승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서 견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주진형 사장은 내년 3월 말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티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의 돌풍도 거셌다.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를 적용함으로써 유능하고 실력있는 인재들이 모여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당기순이익 709억원을 기록해 대형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대신증권은 달러 자산 투자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올해 주목을 받았다. 몇 년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고, 마침 환율 시장이 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KB투자증권은 팟캐스트를 통해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위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 출시 40일만에 다운로드 20만건을 달성했다. 스마트앱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며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나대투증권에서 상호가 바뀌며 새롭게 태어났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는 것에 맞춰 하나금융그룹의 일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1977년 대한투자신탁으로 출발해 2000년 종합증권사로 전환했다. 2005년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돼 2007년 하나대투증권으로 변경됐다가 9월부터 하나금융투자가 됐다.

     

    SK증권은 지난 8월 SK(주)와 SK C&C가 합병함에 따라 새 주인을 찾아야 할 신세가 됐다.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상 SK C&C는 2년 안에 SK증권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SK C&C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SK그룹은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삼성증권은 강남 서초타운 이전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그룹의 대대적인 계열사 개편에 따라 삼성본관에 있는 삼성증권과 삼성카드가 강남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지만, 조만간 이삿짐을 싸야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