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차원에서 해운산업 살려야…정책금융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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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제공

최근 국내 경제는 조선ㆍ해운ㆍ건설ㆍ철강 등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기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같은 연관 산업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산업은 막대한 금융 지원을 받는 반면, 어떤 산업은 추가지원 없이 자구노력만 강요받는 등 차별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정부와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 2천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해운업계의 1,2위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핵심 자산, 계열사 매각 등으로 6조원이 넘는 자구를 이행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조선업이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고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조선업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운산업이야말로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운업이 국가 비상사태시 군수품과 전략물자, 병력 등을 수송할 수 있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적선사는 유사시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국적선사들은 선박과 선원을 동원해 군수품 및 전략물자, 병력을 수송한다.
 
미국의 경우 비상시 국적 선박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해운안보 프로그램(Maritime Security Program)을 운영하면서 국적 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50여척의 국가필수선대를 지정하여 운영 중이다. 

한진해운 12척, 현대상선 8척이 '국가필수국제선박'으로 지정된 상태다. 

'국가필수국제선박'이란 국가비상사태 시 군수품, 양곡, 원유, 액화가스, 석탄, 제철원료 등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필요한 선박을 평시에 지정, 한국인 선원 위주로 승선·운항하는 국제선박을 말한다.
 
전쟁이 발발해 외국선원들이 모두 내리면 물자수송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들 선박의 외국선원 수를 제한하고, 그 대신 인건비가 비싼 한국인을 추가 고용하는 부분에 대한 차액을 보상해주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남북이 분단된 사실상 '도서(島嶼)국가'인 우리나라에게 해운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나아가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 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운송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내 수출입 화물은 2014년 8억 9,210만톤으로 이중 항공 운송은 0.3%(250만톤)에 불과하다. 반면, 해상 운송은 99.7%(8억 8,960만톤)로 국내 수출입 화물의 대다수를 책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 연료봉 및 부품, 원유, 연료탄, LNG, 철광석 등과 같은 전략물자 운송은 100%가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전후방으로 조선-철강-보험-금융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되어 있고 그 파급효과가 크다. 현재 해양․항만산업 40여개 업종에 52만명의 고용인력과 매출 144조원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해운업은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자동차, 조선 등과 함께 6대 외화가득산업으로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자 국부창출의 원천이다. 2014년 해운업의 외화가득액은 346억 달러로 382억 달러를 기록한 조선업과 견주어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해운산업은 국방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안보산업인 동시에 국가경제의 핵심 기간산업이다.
 
원자력 연료봉, LNG, 원유 등 수송권이 외국 선사에 배정될 경우 국가 비상사태 발생시 국내 에너지 공급이 원천 차단될 수 있는 국가안보 문제가 발생한다. 국제 해운 선사의 파산 또는 외국 선사에 넘기게 되면 우리나라는 운송과 운임의 결정권을 모두 내주는 결과가 초래된다.
 
따라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볼 때 최소한 2개 이상의 국적 선사를 유지해야 한다. 단일 선사에만 의존해서는 긴급하게 발생하게 되는 유사 사태에 대한 리스크를 완벽히 해소시킬 수 없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은 자국 해운업을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가 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적선사들에게 획기적이고 적시적인 지원과 육성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