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광고제 '이노베이션', 기업들에게 일대일 대화의 길을 연다
  • 2015년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행사장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 2015년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행사장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은 2015년에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큰 변화를 일으켰다. ‘라이언즈 이노베이션(Lions Innovation)을 출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가능하게 할 신기술과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캠페인을 선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칸 라이언즈에서는 이미 2013년부터 이노베이션이라는 부문을 신설해 마케팅 캠페인이 아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방식 자체를 평가하고 있었다. 본래 칸 라이언즈는 필름 광고라는 한정된 매체로 시작됐다. 그럼에도 신매체가 주류매체로 이행되는 상황을 발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응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 최고, 최대 광고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칸 라이언즈뿐 아니라 많은 광고제들에게 ‘광고제’는 더 이상 적합한 지칭이 아니다. 과거 소수 언론이 매체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지면이나 시간을 사서 광고를 집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고 ‘퍼블리싱’을 할 수 있다. 출품작 수를 보더라도 전통적인 의미의 광고보다 PR이나 다이렉트, 사이버 등 엄밀히 말해 광고라 할 수 없는 캠페인이 월등히 많다. 

  더욱이 사람들에겐 기업이나 언론, 심지어 전문가보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에겐 위기일 수 있다. 한 명의 적대적인 소비자가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적대자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불어 그 수많은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빅데이터는 기업들에게 아주 소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소셜미디어에 이어 기업들에게 새로이 부상한 과제는 ‘사물인터넷’이다. 사물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인간과 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시 기업들에게 소중한 빅 데이터이며, 이 메시지를 분석하고 파악해 브랜딩을 할 기회 역시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구현 방식이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파하게 하는 데는 고도의 심리학적, 사회학적 전술이 필요하다. 더불어 브랜드 메시지 수신자들에게 편의나 즐거움을 제공해줄 신기술도 당연히 요구된다. 그게 바로 라이언즈 이노베이션에서 마케팅 캠페인이 아닌 ‘신기술’을 평가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 2015년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그랑프리 수상작 WHAT3WORDS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 2015년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그랑프리 수상작 WHAT3WORDS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제공


  •   2015년에는 영국의 WHAT3WORDS가 이노베이션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오지나 복잡한 도심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새로운 전지구적 좌표 시스템이다. 이 세상을 3m x 3m의 작은 네모들로 쪼개서 모바일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알려준다. 아무리 넓고 황량한 곳이라도, 아무리 복잡한 곳이라도 사람이 사람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대중 앞에 홀로 서서 메가폰을 잡고 일방적으로 떠들던 방식은 힘을 잃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고객을 한 사람씩 찾아가 친구나 가족인양 인터액티브하게 대화해야 한다. 전엔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고객을 한 사람씩 찾아가려면 무엇보다도 그가 어디에 머무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가상공간이든, 실제 공간이든. 이노베이션 부문이 독립한 후 첫 그랑프리가 사람의 ‘물리적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