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칠레, 행인들을 위한 깜짝 다이렉트 스턴트 벌여
 
  이따금 도시의 불빛에 가려진 별빛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별을 보고 싶은 이유는 각자 다를 것이다. 우리는 고대부터 별을 보고 자기 위치를 알았다. 위도는 물론이고 시간만 확실히 안다면 경도도 별의 위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천문학이 발달하고 정밀한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별을 봄으로써 지구가 우주 공간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됐다. 

  그렇듯 고대에 별을 보는 것은 단지 아름다움을 즐기거나 추억에 잠기려는 게 아니었다. 낯선 고장에 갔을 때 스마트폰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해보듯, 과거의 인류는 별을 바라보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오랜 습성은 마치 DNA처럼 우리 행동에 습관처럼 남았다. 

  따라서 GPS 덕분에 더 이상 별을 보고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없는 현대인들이 별을 보는 행위는, 갇혀 살게 되면서 영역표시가 무의미해진 현대의 애완견들이 밖에 나가면 여전히 가로등이나 기둥에 마킹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차이점이라면 적어도 우리 인간들끼리 보기엔 우리의 행위가 훨씬 더 고상해 보인다는 정도? 


  •   최근 LG가 칠레에서 재미난 캠페인을 런칭했다. 산티아고 시 거리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행인들에게 망원경으로 별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좀처럼 찾아오기 힘든 기회에 기꺼이 응한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밤하늘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망원경 속 밤하늘에 뜬금없이 만화 속 우주인이 나타나는가 하면, 별들을 배경으로 외계인 습격을 막는 비디오 게임의 모습까지 나타난다. 


      깜짝 놀란 시민들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나서야 그것이 밤하늘이 아닌, 건너편 고층 건물 창문에 설치한 LG 모니터인 걸 확인하게 된다. LG 모니터의 화질과 색감을 일반 시민들에게 직접 체험하게 해준 일종의 다이렉트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에 대해 어떤 사람은 ‘밤하늘을 모니터로 봐야 하다니’라고 개탄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모니터가 저렇게 밤하늘을 아름답게 재현할 수 있다니’라고 감탄할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입장이다. 어차피 사막이나 대양을 횡단하느라 별을 보던 시대는 끝났다. 절대 다수는 별이 보내는 광학 신호의 극히 일부인 가시광선만을 보고 그저 아름답다고 감탄하거나 향수에 젖으려고 별을 찾을 뿐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우주란 무엇인가 알기 위해 별을 바라볼 때 그 필사적이고 다급한 느낌은 기억하지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산다 해도 이따금 원격으로 그의 안녕을 확인함으로써 안도하듯,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고 아직 세상의 종말이 아니구나, 하며 안도한다. 그렇다면 그 별을 육안으로 보든, 망원경으로 보든, 텔레비전 모니터로 보든 무슨 상관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모바일 전화기 모니터로 더 자주 만나는 시대인데.

      이 캠페인은 칠레의 Oqo Publicidad가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