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경쟁 탈피, 초대형IB 탄생 시점 됐다"…한투·미래에셋 응원"더이상의 구조조정·인력감축 안된다"…KB금융지주 응원
  • KDB대우증권의 본입찰 D-day 날이 밝았다. 후보군 빅3(한국투자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KB금융지주) 가운데 누가 대우증권을 품에 안을 수 있을지, 결과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인수전을 지켜보는 증권업 종사자들의 '응원' 회사는 엇갈린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차원의 이해관계는 물론 증권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제시하는 논리는 극과 극이다.


    가장 큰 틀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한단계 도약'과 '대규모 구조조정 광풍 피하기' 두 부분으로 갈려 '응원전'이 한창이다. 결국 한국투자증권 또는 미래에셋증권을 선호하는 쪽과 KB금융지주를 선호하는 쪽이 갈리는 것.


    우선 업계 전체의 도약을 바라는 증권맨들은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대형 증권사가 업계 2위 증권사인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국내 증권업계가 자기자본 8조원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그동안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 증권업계도 거래대금에 의존한 영업방식을 탈피해 글로벌IB(투자은행)를 추구하며 업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증권사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 급증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가 하반기 들어 거래대금이 급감세로 전환되며 당장 4분기 '어닝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거래대금에 따른 거래수수료 수익이 증권사들의 절대적 수익원인 반면, 수수료 출혈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수년째 나오고 있다. '선 굵은'사업을 펼치며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증권사가 나타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면 2위권 그룹들도 1위가 될 합병된 대우증권을 수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논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두 곳이 합병해 하나의 거대 증권사가 탄생하면 초반에는 압도적으로 치고 올라가더라도 나머지 증권사들 역시 벤치마킹을 통해 발빠르게 경쟁전략을 갖춰나가 결국에는 1위 증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며 "지금은 프라임브로커 업무 라이센스 부여 등 대형증권사의 기준이 자기자본 3조원이라면 향후에는 최소 6조원 이상으로 눈높이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하길 원하는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업계 1위 증권사에서 벌어질 구조조정 광풍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째 증권가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 2014년 한해 동안에만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올해 역시 다수의 증권사가 인력감축을 진행한 상황에서 대우증권이 대형 증권사에 흡수합병될 경우 추가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우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대우증권 임직원은 정규직 2421명, 계약직 540명으로 2961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358명, 미래에셋증권이 1768명으로 이들과 합병하면 임직원수가 4~5000여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나 인력 재배치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모두 오너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형 증권사간의 합병으로 외형은 커질 수 있지만 화학적 결합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전체 임직원이 600명에 불과한 KB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1위 증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인력감축을 원하지 않는 증권맨들은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를 지지하고 있다.


    대우증권 직원들도 조건부 KB금융 지지에 나섰다.


    대우증권 전직원들은 지난 19일 매각을 앞두고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대우증권 직원들은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에 매각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며 KB금융에 대해서는 합병이후 고용보장, 독립경영 보장과 정당한 보상이라는 3가지 조건을 수용한다면, 대우증권 직원들은 인수에 대해 적극 지지의사를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자용 노조위원장은 “21일부터 시작되는 본 입찰을 앞두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대우증권 전 직원이 직급고하를 막론하고 결의대회에 참여했다"며 "많은 영업부분이 겹치는 대형증권사간 합병 결과는 메가뱅크가 아닌 대규모 인력조정뿐이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청년일자리 창출과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업계 응원전은 물론 직접 인수전에 뛰어든 참여자들이 인수전을 치열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막바지에 다다를 수록 가격이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대우증권 몸값이 어느덧 하락해 2조원 안팎이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어 입찰가격 차이가 좁은 범위 내에 몰릴 가능성도 높다. 최고가가 턱없이 낮아 유찰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정성적 평가가 결정적인 승패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대우증권의 본입찰을 시작으로 사흘 후인 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회사는 추가 실사 후 가격협상에 돌입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