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간 경쟁제품 입·낙찰에 중견·대기업 참여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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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가 중소기업의 매출 성장 둔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원장·권태신)은 28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는 특정 품목에 대해 중소기업자만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제도로 3년마다 품목을 지정한다. 2007년 공공조달시장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단체수의계약제도에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로 전환된 이후 9년간 시행 중이다.

     

    한경연은 "중소기업 보호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특정 품목을 지정해 대기업, 중견기업 진입을 차단함으로써 조달시장의 경쟁을 저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조달의존도가 높을수록 중소기업 매출성장률이 감소했다. 실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172개 표본기업의 매출액 대비 공공조달실적 비율을 분석한 결과, 공공조달의존도가 높을수록 중소기업 매출성장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수행한 김재현 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시장 내에서 조달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이 민간시장을 공공시장으로 대체하는 구축효과에 따른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독점 판로지원 방식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대기업·중견기업과의 경쟁을 허용해 이들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 공공조달시장에서의 중소기업 지원제도의 경우 미국은 일정 금액구간을 설정해 중소기업에 할당하고 있고, 일본은 국가에서 지정한 중소기업 적격조합에 수의계약 특혜를 부여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우리에 비해 느슨한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EU는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별도 규정이 없으며,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공헌 기업에 입찰참가 시 가점 부여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조달청 중앙조달실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계약에서 상위 기업의 집중도가 높았다. 특히 상위 10% 계약 금액 구간 내에서는, 전체 품목 중 상위 1위 기업의 공급 집중도가 50%가 넘는 품목이 절반에 달했다. 이는 금액이 높은 계약의 경우 상위 기업의 공급집중도가 심화됐다는 의미라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대표적으로 콘크리트파일 품목의 경우 2013년 1위 기업의 공급 집중도가 약 64.9%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 개선방안으로 조달시장의 경쟁확대를 위해 공급집중이 크게 나타나는 상위 금액구간 계약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며 "미국 제도와 같이 계약특성에 따라 중소-중견-대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품목이라 하더라도 조달계약의 특성에 따라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조달물품 중 높은 품질등급이나 안전등급이 필요한 계약에 대해 중소기업과 중견 및 대기업의 공동참여를 위한 명확한 규정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