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자·계약직만 적용… 형식적인 기준 두고 지역출신 채용 꺼리는 꼼수도지난해 채용률 12.8% 총 1138명 선발… 이전기관 최다 세종시, 목표 절반도 못 미쳐
  • ▲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지난해 2월24일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전기관의 지역 인재 의무채용을 법제화하는 것을 정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연합뉴스
    ▲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지난해 2월24일 전북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이전기관의 지역 인재 의무채용을 법제화하는 것을 정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채용기준이 들쑥날쑥 제각각이어서 지역별 기관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지역별로 애초 계획보다 채용규모를 늘렸지만 이전 기관이 가장 많은 세종시는 채용실적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역인재 우선채용방법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 없어 이전 기관별로 제각각 기준을 적용하는 가운데 형식적으로 기준을 마련하거나 아예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기관도 적지 않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도시 이전 109개 공공기관서 총 1138명 지역인재 채용… 전체의 12.8%

    7일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이 집계한 지난해 혁신도시별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결과를 보면 109개 기관에서 총 8895명을 채용했다. 이 중 이전 지역의 선발인원은 1138명으로 12.8%를 차지했다.

    2014년 총 8693명 중 888명을 지역인재로 뽑아 10.2%의 채용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2.6%포인트 증가했다.

    세종·부산·충북 등 3곳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에서 모두 지역인재 채용률이 오른 가운데 대구와 경남지역 증가가 두드러졌다. 대구로 옮긴 한국감정원 등 9개 기관은 2014년 492명을 채용하고 이 중 8.9%에 해당하는 44명을 지역인재로 선발했다. 지난해는 채용규모가 419명으로 73명 줄었지만, 69명을 지역인재로 뽑아 채용률은 16.5%로 많이 증가했다.

    경남에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등 10개 이전 기관에서 724명 중 132명을 지역인재로 선발해 채용률 18.2%를 기록했다. 2014년 724명 중 86명을 뽑아 11.9%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6.3%포인트 늘었다.

    19개 기관이 이전한 세종은 채용규모는 총 206명이 늘었지만, 지역인재 채용률은 6.2%로 2014년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부산과 충북도 각각 0.1%포인트 줄었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2.8%였던 게 2013년 5.0%, 2014년 10.2%, 지난해 12.8%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증가 폭은 들쭉날쭉하다. 지난해 증가 폭은 2.6%포인트로 2014년 증가 폭 5.2%의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2013년 2.2%포인트 증가 수준으로 둔화한 셈이다.

    지난해 계획했던 목표 채용률 10.9%와 비교하면 채용실적은 1.9%포인트 올랐다. 대부분 지역에서 최저 1.5%포인트 최고 5.5%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세종(-8.5%P)·충북(-7.1%P)·제주(-3.3%P) 등 3곳은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 등 가장 많은 19개 기관이 이전한 세종은 지역인재 채용실적이 목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세종지역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총 402명 중 14.7%인 59명을 지역인재로 뽑겠다고 계획했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 계획보다 210명 많은 총 612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지역인재는 38명으로 6.2%에 그쳤다.

    ◇우선채용방법 이전 기관마다 제각각… 일부 기관 꼼수로 두루뭉술하게 기준 마련

    일각에선 지역인재 우선채용방법에 관한 정부 지침이 없다 보니 이전 기관들이 자체 기준을 마련하면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한 관계자는 "채용률에 대해선 해당 지방 이전 기관에 위임할 뿐 정부 차원의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이전 기관은 아예 우선채용방법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기준을 두어 지역인재 선발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채용계획에 따르면 우선채용방법의 기준을 수립한 이전 기관은 총 87개다. 전체 조사대상 109개의 79.8%다. 이들 기관은 지역할당제나 지역채용목표제, 가산점제, 별도 전형 등을 채택했다.

    나머지 22개 기관은 어떻게 지역인재를 우선 선발할지 기준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 기관 대부분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도 일정 비율의 지역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채용률도 대부분이 높은 편이다.

    부산으로 옮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채용인원 8명의 절반인 4명을 지역인재로 뽑겠다고 계획을 제출했다. 강원도로 이전한 한국관광공사는 10명 중 3명(30%), 광주·전남 혁신도시로 옮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명 중 1명(50%),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10명 중 2명(20%)을 각각 지역인재로 채용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채용률 12.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기관별 채용률을 공개하지 않아 아직 이들 기관의 채용실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채용기준이 없는 기관 중 일부는 아예 계획에도 지역인재 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세종시로 이전한 기관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국토연구원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은 각각 20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2명을 선발하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지역인재를 얼마나 뽑을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우선채용방법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지역별 채용실적에서 세종시의 계획대비 실적이 가장 낮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채용방법은 제시했지만, 형식적으로 기준을 세운 이전 기관들도 있다.

    가산점의 경우 대개의 기관은 1~5점, 10점의 가산점을 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울산 혁신도시의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가산점을 부여한다고만 제시했다. 제주로 옮긴 재외동포재단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은 나란히 지난해 채용계획에서 지역인재를 한 명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충북 혁신도시로 이전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정규직·무기계약직이 아닌 계약직·인턴만 지역우선채용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관은 지난해 인턴 50명 중 5명(10%)을 이 기준을 적용해 뽑겠다고 국토부에 서류를 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총 8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세종시로 옮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동점자가 나왔을 때만 지역인재를 뽑겠다고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관은 지난해 3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할당제를 채택한 기관들은 채용인력의 10%를 지역인재로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실질적인 채용실적 증가는 거의 지역할당제나 지역채용목표제를 채택한 기관들이 견인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도 할당비율이 천차만별이다. 5%부터 최대 20%까지 적용비율이 다양하다.
    가산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소 1점부터 최대 10점까지 기관마다 부여하는 가산점이 다른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