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지연으로 유지·관리비 등 허비… 공청회 일러야 3월, 최소 30억 이상 될 듯"사업단계별 컴퓨터 설계도면 필요" vs "공청회와 무관한 자료"… 견해차 보여

  •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수협-상인 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새 시장건물 이전 지연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각종 시설 유지·관리비는 물론 현 시장건물 철거사업 지연 등으로 매달 15억원 이상의 비용이 허공에 뜰 판이다.

    22일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이날로 예정됐던 새 시장건물 이주 관련 공청회가 잠정 연기됐다. 상인 생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수협 측에서 건축 관련 요구자료를 주지 않아 공청회를 열 수 없다는 견해다.

    비대위는 새 시장건물 건축개요와 평면·배치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시장건물에 대한 캐드(컴퓨터 설계) 도면과 자료 공개의 범위다.

    비대위는 사업계획단계부터 인허가 관련 자료를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상세한 자료 검토 없이 공청회를 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태도다.

    서효성 비대위 사무국장은 "수협은 해당 자료가 극비사항이라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면서 "일반 도면자료를 보고 입체도면을 새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수협은 비대위가 새 시장건물 입주에 대한 공청회와 무관한 자료까지 모두 요구하고 있다며 난처하다는 견해다.

    수협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상인들 요구에 따라 판매장소에 대한 캐드 도면 등을 1차로 제공했었다"며 "지금은 판매장뿐 아니라 지하부터 지상까지 거의 모든 장소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는데 이는 공청회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도 검토·분석에 한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공청회가 일러야 3월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청회 개최가 지연되면서 5200억원을 들여 지은 새 시장건물도 텅텅 비게 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협은 새 시장건물을 계속 놀리게 되면 매월 15억원 이상이 허비된다는 설명이다. 이주 상인이 없어도 준공 후 각종 안전시설 유지·보수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현대건설과 새 건물 신축과 현 시장건물 철거를 묶어 용역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철거 지연에 따른 용역유지비용 등도 수협이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전체 지출비용의 3분의 2쯤은 이자 등 금융 관련 비용이어서 지출 규모를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애초 새 건물 입주 시기는 이달 15일이었지만, 갈등이 심화하면서 수협과 상인이 3월로 입주계약을 연장한 상태여서 이를 고려하면 텅 빈 새 시장건물로 말미암아 최소 30억원 이상이 허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협 관계자는 "지출 규모는 경상비 등을 대강 추산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지출 비용은 더 많을 것"이라며 "피해는 결국 어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