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직원만 무더기 징계…기관장은 제재 대상 제외역대 CEO 징계 수위와 대조적, 솜방망이 처벌 논란 가중
  • 2년 전 발생한 모뉴엘 악몽이 은행권에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로 수출입은행 전현직 임직원 57명에 대해 최대 정직 등 무더기 징계에 나서면서 앞서 금감원이 내린 징계 수위까지 도마 위에 오른 것.

    지난해 금감원은 모뉴엘에 대한 6개 은행의 징계로 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에만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을 뿐 나머지 은행은 경영개선으로, 직원에 대한 징계 역시 해당 은행이 자율 처리토록 했다.

    사건의 발생지였던 수출입은행의 경우 당시 임직원의 업무부실이나 내부 비리에도 정부가 관련자를 처벌할 법적 권한이 없어 금감원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되면서 기재부가 징계에 나선 것이다.

    ◆모뉴엘 연류 직원, 위로 갈수록 징계 수위 높아

    금감원은 모뉴엘과 관련해 경징계 수준에 머물렀지만 기재부의 생각은 달랐다.

    기재부는 지난 8일 2014년 모뉴엘에 대한 부실대출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낸 수출입은행 전현직 임직원 57명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통보했다.

    징계 규모는 수출입은행 출범 이래 최대 규모로 대출비리에 직간접으로 연루되거나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한 혐의가 인정됐다.

    징계 수위는 직급과 부실대출에 간여한 정도에 따라 최고 정직에서 감봉, 경고 등으로 통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기재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한 배경에는 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뉴엘 측으로부터 대출 보증금 상한 등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수 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한국무역보험공사 간부 직원은 징역 4년과 벌금형 및 추징이 확정됐다.

    역대 금품을 챙긴 전 수출입은행 부장급 직원 2명도 2심에서 높은 죗값을 물어 징역 형량이 늘었다.

    ◆은행 대출사기 있었지만 기관장 주의는 無

    모뉴엘에 대한 법의 결단은 매서웠지만 이번에도 조직을 책임져야할 기관장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기재부는 수출입은행에게 징계 수위를 통보하면서 현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에게는 당시 은행장이 아니였단 이유로 제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당시 수출입은행장이었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역시 별다른 제재가 없어 오히려 꼬리만 자른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수출입은행은 1000억원이 넘는 수출여신을 모뉴엘에 제공하면서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다”며 “임직원들의 금품수수 등 비리행위가 모뉴엘 사태의 핵심인 만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기관장이 져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지난 은행권의 CEO 징계 수위를 비교해 봐도 이번 모뉴엘 사태는 솜방이 처벌 성격이 강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9년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중징계 사유는 2005년 우리은행장 시절 CDO, CDS 등 파생상품 투자 당시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1조원 이상의 손실에 따른 징계였다.

    금감원은 황 회장이 파생상품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해당상품의 투자위험과 신용등급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신용등급 기준만 살펴보는 등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징계 대상은 황영기 전 회장에 그치지 않고 이후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박해춘 은행장, 이종휘 은행장까지 경고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황영기 전 회장은 이후 중도 사임하고 행정소송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도 상흔은 남아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역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로 국민은행에 4000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지난 2010년 8월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은행권을 떠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경우 은행장이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조직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물어야 되지 않겠냐”라며 “은행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인력과 조직을 관리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리인데 이에 대한 책임도 없다면 CEO가 왜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