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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포스코 등이 이날 일제히 정기주총을 개최하고, 주주친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불만과 쓴소리가 터져 나와 높아진 주주들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주주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만큼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주주와 소통이 절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주총을 진행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주주와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명확히 해 투명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주 및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균형있는 권익 증진에 앞장서기로 했다. 특히, 이사회 내 주주 권익보호 기구인 '투명경영위원회'의 구성과 역할, 활동방향을 상세히 명시함으로써 강력한 실천 의지를 나타냈다.
포스코는 부진한 실적과 낮은 주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 통상적인 주총 진행 이후에 질의응답 시간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주주들이 묻고 싶은 얘기를 접수해 이 자리에서 답변하는 것이다. 권오준 회장은 여기에 1시간 가량을 할애하며 주주들의 궁금증 해소에 주력했다. 결국 전체 주총은 2시간 가량 소요됐다.
또 특이한 것은 주총 이후에 참석했던 주주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이다. 포스코가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도 변경했다. 권오준 회장은 “적극적인 수익 환원정책으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들 역시 기업들에게 쓴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며 주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에 대한 사외이사 재선임과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원장의 사외이사 신규선임 안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주주들이 반대의견이 제기해 결국 4차례 표대결 끝에 원안대로 통과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사외이사가 100% 찬성만 하는 '거수기' 역할만 한다며 질타했다. 결국 주총은 3시간 넘게 이어졌다.
포스코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주가 역시 부진하기 때문이다. 당초 70억원으로 책정된 이사보수 한도를 60억원으로 낮추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차는 주총에 상정된 안건이 30여분만에 모두 원안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