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A씨 상속포기 대신 빚 떠안고 유류분 청구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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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 자녀가 배다른 형제인 이재현(56) CJ그룹 회장 삼남매에게 자신의 상속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 확인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CJ 삼남매의 이복동생 A(52)씨는 지난해 10월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83) 고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다음 달 1일 첫 재판을 연다.

    A씨 측은 현재 2억100원을 청구액으로 했지만 법정에서 금액을 키울 예정이다. 삼남매의 재산과 유류분 계산법에 따르면 청구금액은 2천억∼3천억원까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측은 "CJ 측이 A씨가 친자확인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그를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특히 CJ 측이 A씨의 이 명예회장 장례식 참석을 막은 것이 소송을 낸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은 한 여배우와 동거한 끝에 1964년 A씨를 낳았다. 그러나 당시엔 호적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고 A씨는 삼성·CJ 측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그는 한국에 정착해 사업을 하던 2004년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내가 친자임을 확인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DNA 검사 끝에 대법원은 2006년 A씨를 이 명예회장의 친자로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관계 등록부에 오른 후에도 아버지와 접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A씨의 어머니는 2012년 이 명예회장이 부양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내 4억8천만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CJ 측은 "고 이맹희 명예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만큼 유류분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CJ 측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재산이 이 명예회장 대신 부인 손복남 고문을 통해 상속됐다며 손 고문과 무관한 A씨의 몫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이재현 회장 삼남매가 쌓은 3조원 이상의 부가 이 명예회장과 무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분쟁 증거 자료도 법원에 요청할 전망이다.

    이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14일 84세로 사망하며 자산 6억여원보다 많은 채무 180억원을 남겼다. 이는 재벌가 일원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손 고문과 삼남매는 작년 11월 부산가정법원에 상속 자산만큼만 상속 채무를 책임지는 '한정상속 승인'을 신고해 올해 1월 채무가 면제됐다.

    반면에 A씨는 1억여원의 자산과 32억여원의 채무를 그대로 상속했다. 거액의 채무이지만 상속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상속을 포기할 경우 차후 소송 가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는 유류분 소송을 낼 수 없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속을 포기하면 상속인이 아니므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