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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오는 2020년 도입을 앞둔 국제회계기준 2단계(IFRS4 PhaseⅡ)와 관련, 한국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데 대해 전문가들이 엇갈린 시선을 보이고 있다.
회계기준 확대 등의 이슈는 분명한 호재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 동시에 IASB의 결정으로 국내 보험사들이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IFRS4 2단계가 도입될 것이라는 시각도 상존했다.
17일 동부증권 리서치센터는 'IFRS4 2단계 관련 속보, 호재는 맞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IASB의 결정은 긍정적이긴 하나, 저금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회계기준원은 언론사 대상 간담회를 열고 "IASB가 한국의 제안을 일부 수용, IFRS4 2단계 원안이 도입됐을 경우보다 국내 보험사들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회계기준원에 따르면 IASB는 회계단위를 확대키로 함과 동시에 미래이익 평가시 공정가치로 평가할 수 있게 했다. 또 부채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금리변동 효과를 모두 이익잉여금에 반영키로 했다.
IFRS4 2단계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회계상 한번에 반영되는 반면에 수익은 보험 가입기간 전체에 걸쳐 인식한다. 때문에 그동안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것이란 시각이 팽배해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는 관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병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에 미래이익과 손실인식을 계약단위로 규정하던 것을 위험과 손익의 속성에 따라 일정한 단위로 묶어서 이익과 손실을 상계처리할 수 있도록 원칙을 정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특정 상품을 언급해서 이뤄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룹핑(grouping)'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부채의 공정가치 평가로 인해 부채부족금액이 얼마나 인식될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IFRS4 2단계 초안이 나오고 이에 근거한 그루핑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앞으로 진행될 숙제"라면서 "제도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금리는 여전히 과거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기 떄문에 역마진 규모도 확대되는 등 대형 생보사의 자본이 크게 감소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이번 IASB의 결정 덕분에 보험사들의 자본규제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장래손실 규모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회계단위 확대로 상품간 이익 및 손실 상계 금지에 대한 부채 증가 영향이 최소화됐으며, 전환 이후 재무변동성 또한 완화될 것"이라면서 "또 전환시점의 현행 할인율 적용으로 자본 변동성이 줄어들었고, 이자비용 계산 시 과거의 높은 이자율이 아닌 전환시점의 이자율이 적용돼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당초 6월 말께 공표할 것으로 예상했던 세부 확정안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연기됐고, 이번 결정사항이 보여주듯이 IFRS4 2단계 적용은 국내 보험사들이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IFRS4 2단계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보험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왔지만, 다소 완화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