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지표 상승·하락 교차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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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료사진.ⓒ연합뉴스
    ▲ 자료사진.ⓒ연합뉴스


    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엇갈리는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생산은 늘었지만 소비와 투자의 감소폭이 커졌다. 기업 체감경기는 소폭 개선됐지만 현재 경기와 미래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는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연초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3월에는 수출이 개선되고 소비와 투자도 반등이 예상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들이 미래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채용을 꺼리는데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경기 판단이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31일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를 보면 산업생산은 지난달보다 0.8% 증가했다. 지난달 1.5% 감소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이 포함된 광공업 생산이 3.3% 늘어 2009년 9월(3.7%) 이후 6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반도체가 효자였다. 갤럭시 S7, LG G5 등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고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도체는 지난달 대비 19.6% 생산이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5%로 전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재고율은 1월보다 0.5%포인트 떨어졌지만 128.0%로 여전히 높다. 재고율 수준은 여전히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 수준이다.

    소비는 전달보다 1.8% 줄어 1월(-1.3%)보다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4%)와 의복 등 준내구재(-2.1%) 소비가 많이 줄었다. 개별소비세가 재인하되면서 승용차 등 내구재(3.6%) 소비는 늘어났지만 내수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설비투자도 6.8% 줄면서 전달(-6.5%)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이는 2014년 8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현재 경기를 알 수 있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감소했다. 이 지수는 생산, 소매판매 등 실제 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7개 지표를 종합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동안 상승한 적이 없다. 또 향후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 지수는 건설수주액, 소비자기대지수 등 경기순환에 앞서 나타나는 9개 지표를 종합한 것이다.

    반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제조업의 업황 BSI'는 68로 지난 2월보다 5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가 전달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이다. 하지만 기준치인 100보다는 여전히 낮아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았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본격화하고 신형 스마트폰이 판매되면 소비와 투자지표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 지난해 추경과 소비진작책 등 정책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소비절벽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 경기가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수치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저효과로 2월 수치가 좋아졌을 개연성이 있다"며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