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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냥꾼이 인수한 터치스크린 제조업체가 은행에서 수백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불법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로비를 벌인 브로커와 산업은행 대출 담당 팀장을 구속하면서 은행권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디지텍시스템스가 900억원대 은행 대출을 받도록 돕고 돈을 챙긴 혐의(특가법 알선수재)로 브로커 최모(5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은 또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원대 대출을 해주고 2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산업은행 팀장 이모(49)씨를 구속했다.
브로커 최씨 등은 2012년 말 디지텍시스템스 남모(41) 이사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뒤 수출입은행 300억원, 산업은행 250억원 국민은행 263억원, 농협 50억원 등 대출을 알선해주고 무역보험공사가 50억원어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도록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들은 디지텍시스템스의 돈으로 로비해 은행 대출과 보증서 발급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술과 계좌 추적 등으로 산업은행 직원 이씨를 구속하는 한편, 다른 은행 담당자들도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은행 압수수색, 직원 소환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중견 터치스크린 제조업체였던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2월 자본이 없는 기업사냥꾼 일당이 인수했다.
사채를 끌어들여 회사를 사들인 기업사냥꾼들은 부족한 인수자금을 메우려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횡령을 해 2014년 무더기로 기소됐고 중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매출, 주가조작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이 회사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했으며, 작년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