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개별협정 체결 가능, 표준과 상충 때 우선 적용표준계약서, 선·화주-하역업체 자발적 노력에 기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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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만하역 표준계약서 채택 협약식.ⓒ해수부
해양수산부가 항만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하역 거래 투명성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도입했지만, 독소 조항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표준계약서 사용에 강제성이 없는 데다 개별협정을 맺으면 표준계약서보다 우선하여 지키도록 예외를 두어 하역 거래 투명성 확보가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해수부에 따르면 항만하역 서비스 수준 향상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선주·화주·항만하역 업계가 1년에 걸친 협의 끝에 항만하역 표준계약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해수부는 지난 7일 서울 마리나 컨벤션홀에서 한국선주협회, 기아자동차, 포스코, 한국중부발전㈜, ㈜LG화학, 한국항만물류협회 등 선·화주와 항만하역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표준계약서 채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해수부가 내놓은 표준계약서 내용을 보면 앞으로 하역요금은 운송·보관료와 따로 산정한다. 하역작업이 늦어지면 계약금액의 최대 10%까지 지체배상금을 물릴 수 있다.
하역대금은 원칙적으로 지급요청이 들어온 날로부터 30일 이내 현금으로 지급하고, 대금지급이 늦어지면 선·화주는 지연이자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표준계약서에 둔 개별협정 관련 내용이 표준계약서 도입의 의미를 무색게 하는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표준계약서 제3조는 하역품목의 특수한 사정 등에 따라 선·화주와 하역업체가 합의하면 별도의 조건으로 개별협정을 맺어 표준계약서에 첨부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개별협정서와 표준계약서에서 각각 정한 계약 내용에 차이가 있을 때 상충하는 부분은 개별협정에서 정한 사항을 우선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도입했지만, 개별협정을 통해 얼마든지 불공정거래가 가능하도록 우회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게다가 개인 간 거래에 해수부가 표준계약서 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해수부로선 선·화주와 하역업체가 자발적으로 표준계약서 사용을 확대하도록 독려하는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하역업체별, 부두별로 하역 여건이 다르고 화물종류도 다양해 이런 부분을 개별협정으로 정해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표준계약서 도입의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표준계약서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의 기능을 한다"며 "선·화주와 하역업체 중 누구에게 더 유·불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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