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열린 성남지역 후보 합동지원유세 나선 가운데 한 상인이 권하는 엿을 받아먹고 있다. ⓒ 사진 뉴데일리DB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열린 성남지역 후보 합동지원유세 나선 가운데 한 상인이 권하는 엿을 받아먹고 있다. ⓒ 사진 뉴데일리DB

남도에서 불기 시작한 국민의당 녹색 바람이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4.13 총선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투표를 하루 앞둔 12일, 국내 여론조사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을 것으로 보이는 예상 의석 수는 최소 20석에서 최대 37석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호남에서의 높은 상승세를 바탕으로 정당투표에서 10석 이상을 가져가 30석 이상의 의석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당이 초반 내홍과 열세를 극적으로 이겨내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원내 제3당 탄생을 사실상 예약하면서, 15대 총선 당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바람을 일으키면서, ‘호남 자민련’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이 표현에는 과거 충청권에 뿌리는 둔 자민련과 같이, 국민의당이 지역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앙정치로부터 고립될 것이란 부정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20년이란 시간적 차이를 두고 ‘1996년의 자민련’과 ‘2016년의 국민의당’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각 충청과 호남이란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창당됐다는 점, 당의 얼굴인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 처음부터 끝까지 당 대표의 존재감에 의존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점, 당 지지기반의 뿌리에 ‘지역 홀대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등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우연인지 두 정당이 내건 상징색도 같다.

1996년 15대 총선에 나선 자민련은 ‘충청 핫바지론’을 계기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오랜 기간 여당에 표를 몰아줬지만, 충청은 홀대만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충청 핫바지론’은, 충청 유권자들의 표심에 불을 질렀다.

그 결과 자민련은 15대 총선에서 지역구 41석, 비례 9석을 포함, 50석을 얻으며 원내 제3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당시 자민련은 충청과 대구를 석권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자민련은 충청 지역당이란 인식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말한 대구는 물론 경기와 강원, 경북에서도 지역구 당선자를 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한 국민의당의 지역 기반은 호남이다.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 높은 정당지지율을 기록했는데, 그 이면에는 이른바 ‘호남 홀대론’이 있다. ‘호남 홀대론’은,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지역민들의 비판과 맞닿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에게 몰표를 던지는 등 역량을 다해 힘을 실어줬지만 친노세력은 호남을 이용하기만 했을 뿐, 과실을 나누는데 인색했다는 것이 ‘호남 홀대론’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호남 홀대론과 충청 핫바지론은 비판의 상대방이 다르다는 차이를 제외하면, 지역 유권자들이 품고 있는 ‘정치적 배신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호남 자민련’은 중앙정치에서 고립된 지역당이란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국민의당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반면 국민의당과 힘겨운 야당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에게는 좋은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선거 막판 국민의당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호남 자민련’이란 표현은 더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의당에 대한 향후 전망과 관련해, 당선이 유력시되는 안철수 대표 외 추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면, 호남을 석권하더라도 지역당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서울 관악·은평, 인천 부평, 경기 안산 등을 전략지역으로 꼽으면서, 지역구 당선자 배출에 당력을 집중하는 현실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자민련과 국민의당 지지층이 본질적으로 달라, 지역구 당선자 배출 여부만으로 향후 전망을 논하는 건 무리라는 것.

과거 자민련 지지층의 정치적 성향은 ‘보수’로 확장성이 약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이른바 중도 진보, 중도 보수, 그리고 이들과 성향이 유사한 무당층으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차이는 수도권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 정당지지율은 14%로 21%를 기록한 더민주에 비해 7%p 낮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투표할 비례대표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는 더민주 18%, 국민의당 17%로 차이가 크게 좁아졌다.

특히 서울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은 23%로, 15%를 기록한 더민주를 제쳤다. 불과 1주일 전에 비해 국민의당 지지율은 15%→23%로 급등했고, 더민주의 지지율은 22%에서 15%로 급락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p 였으며,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표본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8%(총 통화 5,441명 중 1,005명 응답)를 기록했다. 이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층의 폭넓은 확장성은 국민의당이 전국정당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우,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수도권 거주 호남출신 유권자들이,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안철수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남 자민련’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새누리당에서도 지지층이 많이 건너오고 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나쁜 정치, 더민주의 낡은 정치를 깰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