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생환 vs 이인제 석패
  • ▲ 고개숙인 새누리당.ⓒ연합뉴스
    ▲ 고개숙인 새누리당.ⓒ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16년 만에 여대야소 구도가 깨진 가운데 여당에 대한 수도권 민심 이반으로 충청권의 캐스팅 보트 역할은 파급력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총선 전체 판세의 흐름은 반영됐다는 평가다. 19대 총선과 비교해 새누리당 우세는 유지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하며 지지 격차를 좁혔다.

    호남에서 대약진하며 녹색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충청권에서는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지난 2월 파격적으로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열며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 공략에 공들였던 것을 상기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나란히 7선에 도전했던 새누리 이인제 후보와 무소속 이해찬 후보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인제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더민주 김종민 후보에 앞섰지만, 경합 끝에 재선에 실패했다.

    이해찬 후보는 친정 더민주의 '저격공천' 파동에도 개표 중반 이후 선두를 놓치지 않아 7선 의원이 됐다.

    ◇충청권 새누리 15석, 더민주 11석… 19대보다 더민주 다소 약진

    충청권은 제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없이 총선을 치러 어느 때보다 중원 표심에 관심이 쏠렸다.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충청지역 결과는 새누리당 15석, 더불어민주당 11석, 무소속 1석 등이다. 총 27석 중 비율로는 새누리 55.6%, 더민주 40.7%, 무소속 3.7% 등이다. 19대에서는 여당이 15석, 야당이 10석을 나눠 가졌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가 2개 늘어난 가운데 큰틀의 변화는 없지만, 더민주가 다소 약진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은 총 7석 중 더민주가 4석, 새누리가 3석을 각각 차지했다.

    지난 총선에서 대전은 6개 지역구를 여야가 사이좋게 나눠 가짐으로써 균형을 이뤘다. 이번 선거는 유성 지역구가 둘로 나뉘면서 표심이 여야 어디로든 기울 수밖에 없게 구도가 짜져 충청권 표심의 바로미터로 주목받았다.

    개표 결과는 분구한 유성갑에서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조승래 후보가 당선하면서 무게추가 더민주쪽으로 기울었다.

    서구갑은 대전정무부시장을 지낸 새누리 이영규 후보가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후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접전을 벌였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 후보는 충청권 정치사상 처음으로 한 번의 낙선도 없이 5선 고지를 밟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새누리 강창희 의원의 지역구인 중구에서는 중구청장 출신 이은권 후보가 바통을 이어받아 새누리 강세가 이어졌다.

    충남은 총 11개 지역구 중 새누리가 6석, 더민주가 5석을 각각 가져갔다. 19대에서 여당 7석, 야당 3석으로 여당쪽에 무게 중심이 쏠렸던 것과 비교하면 충남에서 야당이 선전한 셈이다.

    6선인 새누리 이인제 후보가 막판까지 초박빙의 경합을 벌이고도 더민주 김종민 후보에 패한 것이 뼈아팠다.

    충남 수부도시 천안에서는 더민주 양승조 후보가 천안갑에서 신설된 천안병으로 옮겨 당선됐지만, 천안갑에서는 새누리 박찬우 후보가 당선돼 주거니받거니 했다.

    부여·청양과 지역구가 통합된 공주에서는 현역 더민주 박수현 후보가 새누리 정진석 후보에 무릎을 꿇었다.

    반면 논산·계룡·금산에선 더민주 김종민 후보가 '불사조' 이인제 후보를 꺾고, 당진에서도 더민주 어기구 후보가 현역 김동완 후보를 꺾었다.

    지역구가 나뉜 아산을에선 더민주 강훈식 후보가 당선됐다.

    충북에서는 전체 판세는 지난 19대 때와 비슷했다. 새누리가 6석, 더민주가 2석을 나눠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가 19대 때보다 1석을 더 획득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기문 대망론이 새누리 지지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 청주시 출범으로 지역구가 신설된 청주서원에서는 새누리 최현호, 더민주 오제세가 엎치락뒤치락하며 피를 말렸다. 승기는 개표율이 92.2%를 보인 현재 출구조사 결과 2위로 나타난 최 후보가 334표 차로 앞서 있다.

    청주 정치 1번지인 상당구에서는 전 도백과 시장이 맞붙어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새누리 정우택 후보와 더민주 한범덕 후보의 맞대결에서는 정 후보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제천단양에서는 경선부터 다크호스로 떠오른 전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권석창 새누리 후보가 당선돼 눈길을 끌었다.

    세종에서는 친노좌장 이해찬 후보가 새누리 박종준 후보를 누르고 7선 의원이 됐다.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복당이 예상되는 가운데 컷오프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의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총선 후 더민주 전당대회가 예상되는 가운데 치열한 당권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총선에서 세종시는 63.5%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63.7%를 기록한 전남보다 0.2%포인트 낮은 것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높은 투표율이 이 후보 당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충청권 '0'패… 더민주 이해찬 7선 고지 밟아

    한편 올해 총선에서 호남발 녹색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충청권에서는 참패를 면치 못했다.

    총 27석 가운데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열며 충청권에 공을 들였지만, 세몰이에 실패했다.

    다선 의원으로는 세종 무소속 이해찬 후보가 7선 고지를 밟았다.

    대전 서구갑에선 더민주 박병석 후보가 5선에 성공했다.

    대전 유성을 이상민, 충남 천안병 양승조, 충북 청주상당 새누리 정우택, 청주청원 변재일 후보는 각각 4선 의원이 됐다.

    충남 아산갑 새누리 이명수 후보와 홍성·예산 홍문표 후보는 나란히 3선에 올라 여당의 원내대표직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