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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청년수당… 서울시, 복지부 협의도중 선거일 이틀앞 불쑥 발표

시민단체 "대법원 계류중인 사안, 일방 추진 납득 안돼"

입력 2016-04-18 14:32 | 수정 2016-04-18 15:10

▲ 서울시청 홈페이지. ⓒ 화면 캡처


20대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나온 서울시의 청년 수당제 강행 추진 소식에,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청년들과의 신뢰를 이유로, 지급된 현금(체크카드)의 용처를 확인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 추진의사를 밝힌 지난해와 달리, 가구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방식도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던 보건복지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체단체가 법률의 규정에 따라 중앙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던 도중,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준사법기관인 검사를 지낸 박원순 시장이, 대법원에 소송이 계류 중인 사업을 확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서울시의 발표 배경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복지제도를 신설하려면, 중앙정부와 협의 및 조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가 청년수당제 사업 예산을 편성하자, 위 규정을 들어 서울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서울시는  복지부장관의 지시를 거부하고, 지난 1월 12일 복지부에 협의요청서를 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재의요구를 거부하자, 같은 달 14일, 대법원에 서울시 청년수당제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복지부의 대법원 제소 직후,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은 위법”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내면서, 맞소송에 나섰다.

현행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조정을 거치치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와 서울시가 서로를 상대로 각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두 소송은 모두 진행 중이다.

따라서 이들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나 서울시가 행한 결정은 사실상 무효나 다름이 없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제 강행 방침 역시 대법원 결정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운명에 처했다.

청년수당제의 도입 배경이나,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법률이 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정면에서 위반한 이상,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행정행위의 근간인 법치를 앞장서 무너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리적 측면에서의 문제 못지않게, 내용도 큰 논란을 빚고 있다.

11일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 가운데는 누리꾼들마저 고개를 가로젓게 만드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는 7월부터, 취업을 하지 못한 만 19세에서 29세에 해당하는 청년 3천명을 선발해, 한 달에 50만원의 현금(체크카드)을 최장 6개월 동안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수당 지원을 원하는 사람은, 연령 제한 외에 주민등록 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1년 이상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야 한다.

이 사업에 쓰일 예산은 90억원으로, 전액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6월부터 신청을 받아, 자격심사를 거친 뒤 대상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처음 이 사업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지원 대상을 중위 소득 60% 이하 가정의 청년으로 제한하고, 현금이 아닌 ‘클린카드’(유흡업소 등에서 사용 금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11일 서울시는 이런 제한을 모두 없앴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나이와 주소지 기준 제한에 해당하지만 않는다면 소득이나 신분은 관계가 없다. 취업준비생은 물론이고 휴학생, 대학 재학생,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재수생도 지원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현금은 체크카드에 담기며, ‘클린카드’와 같은 업종별 제한이 없다.

수당을 받게 되는 청년들은 월 50만원의 돈을 어디에 썼는지 증명할 필요도 없다. 유흥업소나 안마시술소 등에서 청년수당을 사용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 미취업자, 저소득층 청년을 우선적으로 선발할 것“이라며, ‘선정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몇 개월 이상을 장기 미취업으로 볼 것인지, 저소득층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클린카드를 현금이나 다름이 없는 체크카드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보자는 취지에서 현금으로 변경했다. 클린카드로는 면접 준비에 필요한 미용실 등을 이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청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50만원을 유흥비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원 대상 및 선정 기준의 모호함은, 이 사업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역차별 시비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90억원이란 세금이 쓰이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 지를 수혜자의 ‘양심’에 맡긴다는 말은, ‘망언’에 가깝다.

이런 식이라면, 의회가 있을 필요가 없다.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도, 국회의 국정감사나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도 할 이유가 없다. 4년마다 힘들게 선거를 치를 이유 역시 없다.

혈세가 엉뚱한 곳에 쓰이지 않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예산의 용처를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입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청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한가한 소리가 서울시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서울시가 이 제도를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 청년수당제 도입 소식에, ‘청년 로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 청년수당제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준비 중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세금’을 바라보는 서울시의 시각이, 그 세금을 내는 시민들과는 상당히 다른 듯 하다”고 꼬집었다.

박주희 실장은 “주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그런데 정작 세금을 쓰는 서울시가 그 내역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건, 자기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희 실장은 청년수당 문제를 대하는 서울시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 삼았다.

박 실장은 “소속 직원이 누구와 밥을 먹었는지도 다 공개하겠다고, 그 내역을 서류로 남기겠다고 하면서, 청년수당에 대해선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이는 투명성을 위해 모든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기존 방침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들여다보지 않겠다는 건, 결국 시민들에게 돈을 퍼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박주희 실장은 법리적 측면에서 서울시가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보장기본법이 말하는 ‘협의’는 중앙정부의 ‘동의’를 뜻한다”며, “서울시가 복지부와의 협의 도중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한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양원석 wonseok@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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