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로 해운업 전망 어두워져최대 관건 용선료 인하... "현실적으로 가능성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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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5월'이 시작됐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의 수출이 4월 들어 다시 악화되면서 가뜩이나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운업계에 악재가 겹쳤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이 410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2%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올 1월 한국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9% 감소해 6년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2월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13%가 줄었다가 3월에 감소폭이 4개월 만에 한 자릿수(-8.1%)대로 줄어 반짝 회복했다가 4월 다시 감소폭이 두 자릿수로 커진 것이다.

◇16개월 연속 수출 감소.. 해운업 미래 불투명 

16개월 연속 수출이 줄어들며 월간 기준 최장기간 수출 감소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반적으로 수출 부진이 다시 악화되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세계적인 경기 부진과 국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저유가, 단가 하락 등 부정적 요인이 계속된 데다 4월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1.5일 줄어 감소율이 확대됐지만 일시적 요인을 뺀 일평균 수출액은 18억 2000만 달러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4월 수출 동향이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출이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으로 살얼음판을 걷고있는 해운업계의 미래도 불투명 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의 감소는 결국 수출산업에 주역이었던 해운업도 미래가 어둡다고 전언했다. 

일각에서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해운업계가 용선료 협상 등을 마무리 짓고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더라도 전체적인 불황 탓에 회복까지는 상당 기간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우호 해운해사 연구본부장은 "수출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주역이었던 해운업계가 휘청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하나의 고리처럼 연결돼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이상 해운업계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한다"라며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회생 됐을 때를 대비해서 개별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선료 협상, 가능성 '희박'

수출이 16개월 최장 뒷걸음을 치고 있는 가운데 해운업계 '빅2'는 용선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용선료 인하 협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해운업계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선료 인하 요구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한 외국 선사들이 용선료 인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만 인하해 줄 경우 다른 선사들도 용선료를 낮춰달라고 달려들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인하를 요구하는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 오너 선주는 그나마 협상이 쉽지만, 요즘에는 펀드투자자로 구성된 선주가 많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팬오션과 대한해운도 법정관리에 앞서 용선료 인하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현재 선사들과의 협상에 나선 현대상선의 경우 배를 빌려쓰고 있는 선사 중 컨테이너 선사들이 용선료 인하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 선사들은 용선료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컨테이너 선사 중 대형사 2곳은 요지부동으로, 사실상 진전된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채무자 유형별 손실 분담 방안 및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전망을 담은 채무 조정 협상안을 해외 22개 선주들에게 제시할 계획이다. 협상안에는 용선료는 총 30% 인하한다는 것과 15%는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며 나머지 15%는 용선료를 내리되 향후 영업이익 일부를 선주들과 공유하거나 용선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 채무조정 협상안에는 개인 회사채 투자자(사채권자)와 국내 금융회사 채무는 50%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실패시 한진해운 협상 더욱 난항 

만약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용선 비중이 더 높은 한진해운은 협상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앞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용선 비중이 더 큰 한진해운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에 따라 한진해운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4일 채권단 공동관리 여부를 앞두고 있는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을 잘 진행해서 최소 법정관리 수순은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이날 용선료 인하 내용이 담긴 추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내용에는 용선료 협상을 3개월 내 마치겠다는 것과 함께 한진해운 임원들의 임금을 최대한 50% 삭감하는 긴급 유동성지원책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다영한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