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발표 시간당 방재효과, 지난해 80mm...올해는 62mm
  • ▲ 서울시가 서초구민 설명회를 위해 만든 강남역 일대 침수대책 자료. ⓒ 최호정 시의원 제공
    ▲ 서울시가 서초구민 설명회를 위해 만든 강남역 일대 침수대책 자료. ⓒ 최호정 시의원 제공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으로 발생했던 서울 강남역 및 강남대로 인근의 침수피해가 올해도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서울시의 자료가 공개됐다.

새누리당 소속 최호정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 방지사업 주민설명회 자료’를 보면,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공사가 예정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시간당 62mm 이상의 폭우가 온다면, 진흥아파트를 비롯한 일부 저지대 침수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배수개선대책을 통해, 시간당 80mm의 폭우가 와도, 이 지역에서 과거와 같은 침수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발표와 위 자료에 포함된 내용은 상반된다. 위 자료는 지난달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물재생계획과가 주민설명회를 위해 만들었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 예방과 관련해 빈말을 한 셈이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25일부터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유역경계조정 및 유역분리터널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밝힌 유역경계조정 공사 완료 시점은 내년 6월, 유역분리터널 공사는 2019년 8일이 돼야 끝난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완료되면 시간당 95mm(30년 빈도)의 집중호우가 쏟아져도, 강남역 일대의 하수 역류 및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역 일대는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으로 큰 물난리를 겪었다.

  • ▲ 2010년, 2011년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 사실을 설명한 서울시 주민설명회 자료. ⓒ 최호정 시의원 제공
    ▲ 2010년, 2011년 강남역 일대 침수피해 사실을 설명한 서울시 주민설명회 자료. ⓒ 최호정 시의원 제공

    2010년 9월 21일 폭우는 하루 최대 강우량 261mm, 시간 당 최대 강우량 79mm를 기록하면서, 강남역과 신논현 구간, 진흥아파트 단지 인근을 수중도시로 만들었다. 당시 폭우로 주택 및 상가 316세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 침수피해는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1년 7월 27일, 강남역 일대에는 시간 당 최대 87mm의 폭우가 하루 종일 쏟아졌다. 이날 기록한 하루 최대 강우량은 281mm에 달했다. 물에 잠긴 주택 및 상가는 모두 1,214세대로 2010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으며, 침수피해를 입은 구간은 1년 전과 같았다.

    같은 지역이 2년 연속으로 심각한 침수피해를 입으면서, 주민들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 수해 저감대책’을 수립하고,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유역경계조정 공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1, 2차 우선시공 부분 공사를 다음 달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잔여부분에 대한 공사 완공시점은 내년 6월.

    유역경계조정 공사는 홍수 수위선 아래 지역에 있는 맨홀, 빗물받이를 폐쇄하고, 해당 지역에 별도 관을 매설, 인접한 펌프장를 통해 빗물을 빼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는 1, 2차 공사가 끝나는 6월이면 시간 당 최대 62mm의 폭우가 와도 하수가 역류해 침수피해가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우발생시 빗물이 강남역 주변을 거치지 않고 반포천으로 직접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유역분리터널공사도 시작됐다. 이 공사는 2019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역경계조정 및 유역분리터널 공사가 예정대로 마무리된다면, 시간당 95mm의 폭우가 쏟아져도, 침수피해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가 만든 주민설명회 자료와 지난해 서울시의 발표 내용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중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이런 차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용은 관련 공사가 강남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강남역 및 강남대로 일대’를 기준으로, 2016년 방재능력 목표치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배수구역 경계 조정이 올해 6월 완료되면, 시간당 80mm의 비가  와도, 빗물받이나 맨홀을 통한 하수 월류(越流, overflow, 물이 넘쳐 흐르는 현상)나 지역적 침수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유역분리터널은 2019년 완료 예정으로 금년 우기에는 방재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나, 배수구역 경계조정은 공사가 완료되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서초대로 78길부터 순차적으로 공사구간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서울시는 “진흥아파트 일대 일부 저지대의 경우, 62mm/hr 까지는 침수가 발생하지 않으며, 2019년 유역분리터널이 완공되면 30년 빈도 95mm/hr까지 방재능력이 확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가 주민설명회를 위한 만든 위 자료에는 이런 설명이 없다. 다만 위 자료에는 올해 6월 유역경계조정 2차 공사가 끝나는 경우, 방재효과는 62mm/hr에 달할 것이란 내용만 들어가 있다.

    서울시의 해명처럼 시간 당 80mm의 폭우에도 하수가 넘쳐 흐르거나 일대가 침수되는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런 내용이 주민설명회 자료에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서울시의 해명이 군색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료를 공개한 최호정 시의원은 서울시의 설명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최호정 시의원은 “자료를 공개한 이유는 서울시를 탓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공사라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예정대로 잘 이행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주민들이 공사 진행 사항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서울시가 경각심을 가지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침수가 가장 심각한 진흥아파트 인근을 기준으로 방재효과를 말해야지, 강남역 및 강남대로 일대라고 모호하게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침수피해를 입은 지 5년이 됐는데도 변명만 있고 확실하게 개선된 것은 없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설명자료를 낼게 아니라 사과부터 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