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노동조합 반대 속 이사회 결의로 연봉제 확대 도입금융노조 “6월 대통령 점검회의 때 노동자대표도 참석해야”
  • ▲ 금융노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에 금융노조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조합 위원장을 노동자 대표로서 참석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금융노조
    ▲ 금융노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에 금융노조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조합 위원장을 노동자 대표로서 참석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금융노조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국책은행을 비롯해 전 공공기관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노동조합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어 자칫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대통령 앞에서 면박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공공기관은 직원들의 동의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노사 갈등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산업은행 결국 이사회 밀어붙이기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금·성과 체계를 개편키로 의결했다.

    개편안은 금융위원회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기본급 차등인상률은 간부부터 평직원까지 최대 2%포인트의 격차를 뒀다.

    성과연봉이 차지하는 비중도 20%에서 30%까지 확대해 직원들 사이에 성과급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협의를 이루지 못한 채 반쪽짜리 성과연봉제로 대통령 앞에 서게 됐다.

    기업은행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이사회 소집을 준비 중이다. 이미 외부컨설팅 업체를 통해 성과연봉제 개편안을 사내게시판에 공지한 상태다.

    기업은행 역시 성과연봉제 대상을 4급까지 확대하고 기본연봉의 차등 폭을 3%로 정했다.

    또 개인평가 방식은 KPI 목표부여 방식에서 업무수행의 정확성, 난이도, 팀 기여도 등으로 나눠 성과를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노사간 신뢰 추락, 직원들 회유나서

    현재 금융공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 공공기관 모두 노사 간 신뢰관계가 무너진 상태다.

    기관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을 회유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한편, 노동조합은 기관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소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감정원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기존의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새로운 임시지부를 설립하고 임시의장과 합의해 국토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보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를 위반한 것으로 금융노조는 지난 4월 28일 감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금융위원회가 성과연봉제 도입 사례로 꼽은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소송전에 휘말렸다.

    캠코지부도 홍영만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했지만 홍 사장은 지난 10일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해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성과연봉제 미도입 시 받는 불이익을 노동조합의 책임으로 돌리는 협박과 회유가 난무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김옥 이사장은 노조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내 “경영평가에서 D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성과급이 0원으로 직원들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준다”며 조기 결단을 종용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집단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사회 의결한 공공기관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고용정보원, 부산항만공사 등 8개 공공기관이며 합의가 무효거나 불법인 공공기관은 인천항만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감정원, 한국동서발전 등 4개 기관이다.

    ◆금융노조 “대통령과 대화 원한다” 제안

    금융노조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6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점검회의 참석을 요구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올 초부터 시작된 금융위원회와 사측의 강요 행위들이 도를 넘어섰다”며 “극에 달한 현장의 갈등과 부당한 성과연봉제 강요의 실상을 대통령께 직접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책은행의 부실 위기를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고 국회 진상조사를 통해 조선·해운업 부실위기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향후 투쟁계획도 공개했다.

    지난 16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실교섭을 권고하는 행정지도를 결정한 만큼 오는 23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어 사용자단체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도 따로 공동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호 위원장은 “향후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성실하게 산별교섭에 임하겠지만 사측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요식 행위로 취급할 경우 오는 9월 23일 총파업 투쟁에 돌입해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야권과 정치적 연합을 권고히 하는 한편 6월 18일 금융·공공노동자대회를 열어 민주노총과도 연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