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기관과 함께 브랜드 개발-마케팅 지원
  • ▲ 서울시 제과 협업브랜드, 디어블랑제 공식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서울시 제과 협업브랜드, 디어블랑제 공식 홈페이지. ⓒ 화면 캡처

디어블랑제, BiTi, DDM스퀘어, 차오름.

알 듯 모를 듯한 이 단어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서울시 혹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공동(협업)브랜드라는 점이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장기 불황의 늪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공동브랜드’ 사업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은 있어도 돈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동브랜드 사업은, 각 시도 지방지치단체가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시도의 이름을 건 브랜드라는 점에서 특히 해외 수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해외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강소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공동브랜드 사업에 뛰어든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각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공동브랜드 사업은 작지만 의미 있는 열매를 맺고 있다.

2014년 10월 인천시가 지역 화장품 제조업체를 위해 만든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Oull)’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어울(Oull)’은 고객의 90% 이상이 인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인천시는 올해 11월쯤 중국에 ‘어울(Oull)’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경기도는 남경필 지사의 핵심 경제공약인 ‘경기도 주식회사’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0월 출범 예정인 ‘경기도 주식회사’는, 지역 중소기업 통합브랜드 개발, 신제품 및 디자인 개발·기획, 공공물류센터 운영, 온·오프라인 전용 매장 운영, 특허 관리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전국 최초의 민관 합작 공동브랜드 운영 법인이 될 전망이다.

인천과 경기가 지역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살리기 위해 공동(통합)브랜드 사업에 행·재정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 서울에서는 ‘협업브랜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동브랜드 사업이 움을 틔우고 있다.

서울의 협업브랜드는 시 산하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디자인재단이 ‘천호동 지갑-노원구 빵집-동대문 의류’ 등 특화된 업종과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의 주도적인 참여를 전재로, 공동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서울시 협업브랜드 사업의 밑바탕에는 자영업자들의 협업을 지원하는 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3곳 이상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공동 매장 및 시설 구축, 공동브랜드-공공 운영 시스템 개발 등에 필요한 사업비의 90%를 지원하는 ‘자영업 협업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 사례가 노원구 동네 빵집 브랜드 ‘디어블랑제’, 강동구 천호동 지갑 브랜드 ‘BiTi’,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지원한 동대문 패션 브랜드 ‘DDM스퀘어’ 등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디어블랑제’는, 노원·도봉구 동네빵집이 모여 만든 협업브랜드다. 이들은 최근 자연발효 효모종을 공동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디어블랑제’ 참여 빵집들은 이를 통해 제조원가 절감,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라는 이익을 나눠 가졌다.

이들은 마케팅도 공동으로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디어블랑제’를 알리고 있다.
‘디어블랑제’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협업브랜드가 ‘동네 빵집 전성시대’를 여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런칭한 천호동 지갑브랜드 ‘BiTi’는, 유쾌한 반란을 꿈꾸는 영세·중소기업들이 함께 만든 협업브랜드다. 국내외 대기업 브랜드에 밀려 자사 브랜드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천호동 가죽 장인들은 ‘BiTi’ 런칭을 계기로, 한국가죽산업협동조합(KLIC)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강동구 천호동에는 가방과 지갑 등 가족 관련 제품을 만드는 사업장 200여 곳이 옹기종기 몰려있다. 이들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마케팅에는 어두웠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물밀 듯 들어오면서, 천호동 가죽 장인들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천호동 가죽 장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이 바로 협업화 사업이다. 이들은 협업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문을 두드렸고, 재단의 지원을 받아 공동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천호동 장인들은 ‘BiTi’를 바탕으로 독자 브랜드를 붙인 가죽제품을 개발,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동대문 패션 브랜드 ‘DDM스퀘어’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지역 의류업체들과 함께 만든 협업브랜드다.

‘DDM스퀘어’를 전면에 내세운 동대문 옷 가게들의 꿈은 야무지다. 이들은 앞으로 ‘DDM스퀘어’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열리는 유명 B2B 전시회에 단체로 참가하면서 수출 길을 스스로 열고 있다.

브랜드 개발을 지원한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홍보 및 마케팅을 위해서도 손길을 보태고 있다. 시가 ‘보증한’ 협업브랜드라는 점에서, 상인들의 기대감을 크다. 내수 판매는 물론 해외 바이어를 통한 수출 측면에서도, ‘서울시가 만든 브랜드’라는 수식어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는 지난달 25일, 풋내기 디자이너들이 자기 이름을 건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수출 상담도 진행할 수 있는 ‘동대문 쇼룸’ 개소식을 열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위치한 ‘동대문 쇼룸’은, 자금력이 취약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설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쇼룸’을 만든 것은 서울시가 처음.

서울시와 SBA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동브랜드 ‘차오름’도 런칭했다.

‘동대문 쇼룸’과 ‘차오름’은,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하드웨어(공간)와 소프트웨어(브랜드)를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서울시는 ‘차오름’을 앞세워 중화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쇼룸을 운영할 민간 전문기업을 선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 상해와 홍콩, 청도 등에 ‘차오름’ 전용 매장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