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이사회 단독 결의 늘어… 경영평가 인센티브 가점 영향 탓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법적 분쟁 시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각 공공기관에 따르면 공공기관 120곳 중 54곳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 이사회 의결만으로 통과됐다.

    특히 정부가 5월 말까지 도입하는 기관에게 경영평가상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주겠다고 하자 급하게 이사회 단독 결의가 부쩍 늘었다.

    당초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지난달 23일까지 63개 기관 중 12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확대도입을 결정한 57개 기관 중에서는 무려 42곳으로 불어났다. 73.7%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노사합의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경영평가에 반영해 최대 3점의 가산점을 줬다.

    3점이면 경영평가상 한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점수다. 등급이 한 계단 오르면 임직원은 성과급을 더 받을 수 있다.

    하위 등급을 받은 기관은 다음 연도 예산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등급이 올라가면 이를 피할 수도 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내년 발표될 경영평가에서 임금피크제보다 1점 더 많은 최대 4점의 가산점이 붙는다.

    노사합의가 없더라도 성과연봉제를 이행할 수 있다고 정부가 강조한 점도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며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조항을 뜻한다.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관들은 정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준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를 5월까지 조기 도입하면 인센티브가 있지만 6월 이후 도입하면 큰 의미가 없다"며 "기재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준정부기관 관계자도 "12월까지 도입해도 됐지만 다른 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고 해서 이사회 의결로 우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법적인 문제는 분명히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연봉제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는 것이 정부 주장이지만 그 경우는 아주 예외적"이라며 "누군가의 임금을 깎아 다른 사람의 임금을 올리는 '제로섬'과 같은 임금구조는 대법원도 넓게 볼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보기 때문에 근로자와 사용자의 협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노동권도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이사회, 경영진을 상대로 고소·고발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