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이 짤리면 직원들도 자동 해고... 황당한 '당연퇴직조항'도
  •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전국우정노조 집회 모습ⓒ뉴시스-전국우정노조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전국우정노조 집회 모습ⓒ뉴시스-전국우정노조


    "외양은 같지만 똑같은 우체국이 아니다."

    전국 2500여 우체국 중 750여 곳 쯤 되는 별정우체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 별정우체국은 우정사업본부 산하 일반 우체국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지만 오너가 따로 있다.

    정부가 지난 1961년 우체국이 없는 도서·산간 벽지 주민들에게도 우편 체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관련 제도를 도입하면서 근 60여년간 '반관반민'의 형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 비용 등의 문제로 정부의 손이 닿지 못하는 도서벽지에 민간의 힘을 통해 보편적인 우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언제부턴가 이권과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우선 별정우체국은 인건비 등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국장은 6급 공무원 상당의 대우를 받고 국장이 채용하는 사무직과 집배원들은 7~9급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나랏일 대신 해주는 데 대한 보상이다.

    문제는 이런 국장직을 자녀나 배우자에게 세습할 수 있으며 인사권을 무기로 채용 잡음이 계속 불거진다는 데 있다. 익명을 요구한 우정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별정우체국 40% 이상이 우체국장의 자녀와 친인척으로 채워져 있다.

    보다못한 정부가 나서 '별정우체국장 세습 1회 제한, 제3자 추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장들의 연합체인 별정우체국중앙회 등의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별정우체국에 근무하는 3800여명의 직원들은 늘 불안한 신분과 인사제도에 속앓이를 한다.

    황당한 것은 이른바 현대판 연좌제라고 할 '당연퇴직조항'이다. 이 제도는 별정우체국장이 비리 등으로 파면을 당하게 되면 같은 국내 직원들도 자동 퇴직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예를 들어 국장이 음주운전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해당 우체국 직원들도 모두 그만둬야 한다.

    승진제도 마찬가지다. 별정우체국 직원은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상급자의 자리가 비어야만 승진을 할 수 있다. 8급직이 퇴사를 하지 않으면 20년을 근무해도 계속 9급에 머물러있어야 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부 노조는 "감독권한이 있는 미래부나 우정사업본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별정우체국장이 파면 당할 경우 집배원은 인근으로 재배치하고 있으며 근속승진도 미래부에 끊임없이 건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상급 감독기관인 미래부는 지난 국정감사에 이같은 인사규정에 문제소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장관령인 인사규정을 고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별정직 국장은 지역의 유지들로 건물 하나로 평생 6급 대우를 받으며 대대손손 물려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새한 최재근 변호사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별정우체국은 사실상 국가기관소속으로 봐야 한다" 며 "당연퇴직의 불합리한 조항과 근속승진제 문제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