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대표와 맞고소, 민사소송도 복잡...부부 동반 귀국여부 관심
  • ▲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서 마지막 공연을 끝낸 정명훈씨가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서 마지막 공연을 끝낸 정명훈씨가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항공료 횡령 혐의로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당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이르면 이달 안에 귀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감독은 8월18일 문을 여는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공연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었으나, 귀국 시기가 앞당겨 질수 있다는 의견이 수사 관계자와 음악계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명훈 감독의 귀국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 전 감독의 부인 구모씨의 동행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구모씨는 2014년 11월말 박현정 전 대표가 성희롱과 막말을 일삼았다는,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사건에 연루돼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는 올해 3월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성명서 작성에 참여한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를 음해하는 과정에 구모씨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며, 해외에 체류 중인 구모씨에 대해 기소중지 의견을 붙여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정명훈 전 감독 부부가 함께 귀국하는 경우, 이들 부부가 원·피고로 참여한 다수의 민형사 사건 심리도 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정명훈 전 대표는 시향 예술감독 재임 당시 공금 횡령 혐의 고발 사건, 박현정 전 대표가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사건, 역시 박 전 대표가 낸 손해배상 청구사건, 정 전 감독 자신이 박현정 전 대표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 등의 당사자다.

구모씨의 경우, 경찰의 수사결과를 기준으로 할 때, 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를 음해한 사건의 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구씨는, 경찰이 박현정 전 대표 음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정 전 감독 부부 및 박현정 전 대표와 관계된 고소·고발사건은 서울 종로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 등이 나눠 맡고 있으며, 민사소송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돼 있다.

정 전 감독 부부가 당사자로 참여하고 있거나 주요 참고인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5~6건에 달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정 전 감독 부부가 빠른 시일 안에 귀국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음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명훈 전 감독은 2014년 11월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직후부터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서울시향 직원들은 박현정 대표가 성희롱과 막말을 일삼고 인사전횡을 저질렀다며,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언론사에 뿌렸다.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로 시작된 서울시향 사태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현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직원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전 대표는 성명서를 낸 시향 직원들의 배후에 박원순 시장과 정명훈 전 감독이 있다며, 이들의 이중적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현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감독의 사조직과 같다. 정 전 감독이 모든 걸 결정하고 대표인 나는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었다”며, 울분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정명훈 감독의 인사전횡, 권한 남용 등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서울시 감사관실이 서울시향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서울시 감사관실은 “정명훈 전 감독이 항공료를 횡령하고,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해 시향 단원들을 자신의 외부 행사에 동원한 사실 등을 확인됐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발표 직후, 3곳 이상의 시민단체가 정명훈 전 감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 전 감독을 고발한 한 시민단체는, 올해 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공정한 수사와 정 전 감독의 귀국을 촉구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정 전 감독이 1억3천만원 상당의 항공료를 횡령했다며, 관련 자료를 모두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발표를 계기로 여론은 돌아섰다. 정명훈 감독의 부적절한 처신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결국 정명훈 전 감독은 지난해 말 서울시향과 예술감독 계약을 해지하고, 부인 구모씨와 함께 한국을 떠났다.

정명훈 전 감독은 지난해 8월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사건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인권문제”라며, 직원들의 주장을 신뢰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이어 정 전 감독은 “17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대표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데, 예술감독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말은 “직원들의 배후에 정명훈 전 감독이 있다”는 박현정 전 대표 주장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박현정 전 대표는 “시향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사실처럼 단정하고, 나를 파렴치범으로 묘사했다”며, 정 전 감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명훈 전 감독이 피소된 고소·고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종로서는, 정 전 감독 측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