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은 연수원 '0'… 설립계획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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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 가운데, 지방에 휴양기능을 겸한 콘도 형태의 연수원을 운영 중인 곳은 서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경기도는 축령산과 연인산에 도민을 위한 자연휴양림 및 숙박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도 공무원 및 직원들만을 위한 별도의 연수원 시설은 없다. 다만, 경기도는 소속 공무원이 이들 자연휴양림을 이용하는 경우 30% 정도의 할인 혜택을 준다.인천은, 직원들의 직무연수 및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재개발원을 제외하고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숙박시설이 없었다.취재 결과 경기도와 인천시는, 소속 공무원들만을 위한 연수원 건립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서울시는 강릉 속초와 충남 서천, 충북 수안보 등 3곳에 직원들을 위한 연수원을 운영 중이지만, 최근 “연수원 추가 주말 연수원 이용이 어렵다”는 노조의 의견을 받아들여, 네 번째 연수원 건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서울시의 네 번째 연수원 건립에는 부지 매입과 공사비를 합쳐 약 5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 지적도 받고 있다.서울시가 현재 운영 중인 3곳의 연수원은 기본적으로 시 소속 공무원 및 직원들의 직무연수·교육을 목적으로 하지만, 교육일정이 없는 평일과 주말에는 소속 공무원들이 리조트처럼 이용할 수 있다.서울시는 혈세 낭비 논란을 의식한 듯, “지방 연수원의 성격은 기본적으로 교육연구시설이며, 위락시설을 갖춘 일반 리조트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연수원 이용자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서울시 연수원은 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 혹은 콘도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시설이 우수하다. 입지도 뛰어나 연인 혹은 가족이 휴식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연수원 이용자들의 공통된 평가다.충남 서천에 있는 서울시 연수원을 다녀왔다는 공무원 A씨는 “콘도하고 다를 게 없다. 시설도 경관도 정말 좋다. 비용을 추가로 주면 바비큐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서울시 연수원을 이용한 사람들의 후기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용자들은 서울시 연수원을 레저·휴양시설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이런 사정은 교육연구시설을 강조하는 서울시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든다.서울시 연수원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말 객실 이용률은 90%에 이른다. 그만큼 객실을 잡기도 어렵다.서울시가 노조의 ‘희망사항’을 받아들여, 네 번째 연수원 건립계획을 수립한 이유도, 연수원에 대한 직원들의 높은 인기 때문이다.반면 서울시 연수원 3곳의 평일 공실률은 평균 55%에 이른다. 객실 두 개 중 하나는 비어있다는 뜻이다.서울시는 평일 공실률이 이렇게 높은데도, 연수원 시설을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시는 이에 대해 “3개 연수원은 지방공무원법에 근거해, 직원들의 근무능력 증진을 위해 건립된 교육연구시설”이라고 답했다. 서울시의 해명은 법령상 주민들에게 개방할 수 없는 시설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서울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혈세 낭비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서울시는 2007년과 2008년 충남 서천과 충북 수안보에 연수원을 지으면서 각각 4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 당시 비용을 근거로 할 때, 서울시가 네 번째 연수원을 건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직원들의 복리후생과 사기진작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미 세 곳에 같은 기능을 하는 연수원이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500억원 가까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연수원 건립계획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서울시는 연수원이 들어선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는 등 순기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경제활성화는 연수원 건립의 본래 목적이 아니란 점에서,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지역경제활성화가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인천시는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강화군, 옹진군 지역 섬에 있는 펜션을 이용하는 경우,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펜션이나 콘도 객실을 일부 빌려, 소속 공무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서울시는 네 번째 연수원 건립 논란에 대해 “양대 노조와 직원, 시의회로부터 추가 건립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시 공무원 설문결과 응답자 5,116명 중 97.2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