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백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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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초기 투자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국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푸대접을 받던 일본 중소기업이,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경기도 공무원의 성실한 일처리에 감동받아, 투자 규모를 처음 계획보다 7배 가량 늘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경기도는 18일, 자동화장치 설계·제조업체인 일본 트라이텍스社가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도 본청 투자진흥과 유진(40·여) 주무관의 성실하고 따뜻한 상담이 투자를 이끌어낸 결정적 신의 한수가 됐다고 밝혔다.해외 투자유치 및 일본어 통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진 주무관은, 지난해 9월 일본 나고야에서 투자유치설명회를 진행하던 중, 일본 트라이텍스사 구와야마 히로야키 대표와, 김철민 트라이테크 코리아 대표를 만났다.유 주무관은 두 사람으로부터 투자계획을 듣고 “경기도에서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유 주무관의 정중한 태도에 감동받은 구와야마 히로야키 대표와 김철민 대표는, 그 자리에서 경기도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김철민 대표는 “‘경기도는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느냐’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국내) 어느 지자체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본사 대표와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경기도 투자를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한국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던 트라이텍스사는 초기 투자 규모를 300만 달러 정도로 잡고, 입지를 어디로 정할지 고민 중이었다.그러나 한국 진출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트라이텍스사의 투자금액이 3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접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트라이텍스사 관계자를 만난 국내 지자체 공무원들은 대부분 “투자금액으로 (지원여부를) 결정한다”며, 상담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해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국내 지자체 공무원들이 투자금액의 규모에 목을 매는 이유는, 현행 법이 갖고 있는 맹점 때문이기도 하다.외국인투자촉진법은 외국기업의 투자 금액이 1천만 달러를 넘어야만 조세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지자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투자금액의 규모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계속되는 거절과 푸대접에 한국진출 계획을 포기하려고 했던 트라이텍스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고야에서 열린 경기도 투자유치설명회장을 찾았고, 유진 주무관을 만나면서 활로를 찾았다.일본 트라이텍스의 한국 법인인 트라이테크 코리아는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입주해 있다. 지금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5년 동안 2천만 달러(한화 220억원)의 투자가 이어질 계획이다.유진 주무관과의 상담은 투자협약으로 이어졌고, 초기 3백만 달러였던 투자규모는 협상을 진행하면서 2천만 달러로 늘었다. 트라이텍스 일본 본사가 경기도를 신뢰하면서 투자규모가 늘어난 것이다.이 과정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본까지 건너가 트라이텍스사와의 투자협약식장에 참석하는 등 극진한 예를 다해, 다시 한 번 일본 기업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장에서 구와야마 사장은 “회사가 한 때 어려웠을 때 자금을 구하러 관공서와 은행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중소기업이라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경기도 공무원의 태도도 그렇고 우리 같은 중소기업과 투자협약을 맺으러 남경필 도지사가 도쿄까지 와준 것도 놀랍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트라이텍스사 유치는 경기도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트라이텍스가 위치한 일본 아이치현 공업단지에는 “한국의 경기도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친절하게 도와준다”는 입소문이 난 것. 남경필 지사와 유진 주무관의 정성에 감동한 구와야마 대표가, 만나는 기업인들에게 경기도에 대한 칭찬을 한 덕분이다.아이치현을 포함한 일본 중부지역은 일본 제조업체의 1/3이 위치한 제조업 중심지역으로, 향후 경기도 투자유치 행보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 하반기 아이치현을 중심으로 투자유치설명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미담의 주인공인 유진 주무관은 일본 中企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 중기를 유치하게 되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유 주무관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줄면서 일본 기업들은 해외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웬만한 일본 대기업은 사실상 해외 진출이 끝난 상황이라, 경기도는 일본 중소기업을 새로운 투자 유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중소기업은 대기업도 갖고 있지 않은 이른바 ‘온리 원(Only one)’ 기술을 가진 곳이 굉장히 많아, 투자유치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유 주무관은 트라이텍스사 유치 성공은 “일본 中企의 강점을 정확히 파악한 경기도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유진 주무관은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본 나가사키현 국제과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