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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2008년부터 이뤄진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지방으로 본사(부)를 옮긴 중앙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및 지역 시민단체 등의 ‘갑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역균형발전’이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다면, 지역사회에 대한 기부금 출연이나 지역인재 채용 확대는 본사 혹은 본부의 지방이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유력 정치권 인사, 지방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등이 나서, 지역에 대한 후원 및 재정지원규모 확대를 법령으로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의원 입법 형태로,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 지역인재를 30% 이상 뽑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을 발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다른 지역 주민에 대한 역차별이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익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중앙 공공기관 고유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본부 혹은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공헌만을 강조하고 이를 당연시 여기는 풍조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은 139곳이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해당 지자체의 세수(稅收) 증가, 고용창출, 지역 내수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순기능은 지나친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면서 지방의 균형발전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러나 지방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과도한 요구는, 곳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구는 대체로 지역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자신들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대한 후원부터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사회공헌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의 법안은 지역인재 채용비중을 35~40%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한 법안은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다른 지방에 대한 역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법안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 대한 공헌은 강조하면서,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현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당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받는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의 유력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지방의회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에 대한 복지증진은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이 아니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공헌을 의무화한 법제화 움직임은 지역 주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