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카나브 라인업 미완성·고혈압 복합제 시장 경쟁 가열화 등 현실적 어려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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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그룹 김승호 회장이 2020년 보령제약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자신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제약의 올 상반기 매출은 1942억원로 올 한해 목표 매출 5000억원 달성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사 효자 상품 '카나브'도 고혈압복합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난항을 겪을 위기에 처했다.보령제약의 1조 매출에 대한 열망은 이미 한 번 좌절된 바 있다. 김승호 회장은 지난 2010년 신년사를 통해 2014년까지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으나 2014년 총 매출(3595억원)은 목표의 35%에 그쳤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체 제약 시장에서 보령제약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반적인 제약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보령제약도 조금씩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점유율은 뒷걸음치치는 모양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령제약의 2014년 총 매출은 3595억원, 2015년 401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시장 점유율은 각 4.95%에서 4.55%로 약 0.4% 하락했다.
보령제약은 야심찬 목표인 '2020년 매출 1조클럽'에 가입하기 전까지 거쳐야할 관문이 많다.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까지 약 5년 남은 시점에서 6000억원 상당의 판매액을 추가적으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약사 중 판매규모 상위 7위에 오른 제일약품이 지난 2015년 한 해동안 벌어드린 매출(5947억원)만큼 더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해 매출 '1조 클럽'에 들었던 국내 제약사는 유한양행·한미약품·녹십자 총 세 곳이 유일하다. 반면 보령제약은 2015년 기준 국내제약사 매출규모로 따졌을 때 상위 13위에 머물렀다.
1조 클럽에 가입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 마케팅·영업전략 등에 따라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과 실패가 갈리겠지만 일단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신약개발(R&D)에 매출액 대비 높은 비중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시간적 손실을 감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제약시장 특성상 단기간 내에 현 매출보다 2.5배 가량 높은 수준의 판매액을 달성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제약은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고 '1조 클럽'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사 블록버스터 약물 '카나브'를 앞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아직 카나브 라인업이 다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나브는 2011년 출시 이후 매출 성장을 견인하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보령제약이 카나브에 의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졌다. 카나브는 2012년 기준 판매액 182억을 기록, 보령제약의 총 매출(3120억원)의 6.05%를 차지했으나 2015년엔 334억으로 8.32%까지 상승했다.
경쟁이 치열한 고혈압복합제 시장에서 카나브 라인업으로 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 어려워 보인다. 고혈압복합제 시장 경쟁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기 때문이다.
CJ헬스케어·신풍제약·종근당 등 국내제약사가 올해 하반기 고혈압 복합제를 출시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고혈압 치료제의 경우 한번 복용하면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해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령제약은 '2020 매출 1조' 달성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령제약 측은 "카나브를 바탕으로 고혈압을 이중으로 개선하는 복합제, 고지혈증·고혈압복합제 등 총 다섯가지 제품 라인을 갖춰 매출 1조원을 견인할 계획"라며 "고지혈증·고혈압복합제는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며 3제복합제는 아직 임상1상 중으로 이르면 2018년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나브는 멕시코·러시아·중국 등 총 16개국과 1억9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지속적으로 임상데이터를 축적해 의약품 선진시장인 북미·유럽에도 진출할 것"이라며 "올 9월에 열리는 국제고혈압학회에서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우수한 효과를 알려 매출 1조원을 견인할 수 있는 '찬스카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