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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분양시장 호황 속에서 중견건설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호남권 출신의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이 연간 1만가구 이상 공급하면서 주택업계 신흥 강자로 급부상, 대형건설사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랐다.
영남권에서도 반도건설이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호남은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영남은 반도건설로 대변됐다.
하지만 최근 '반짝 돌풍'에 그칠 줄 알았던 동원개발과 아이에스동서가 안정적인 실적과 견실한 재무구조를 무기로 영남권 대표 건설사인 반도건설을 위협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1일 최근 6년간 시공능력평가순위를 분석한 결과 2011년 98위와 99위에 나란히 랭크됐던 동원개발, 아이에스동서가 올 들어 각각 64계단·56계단 뛰어오르면서 34위와 43위에 안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이미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한 중흥건설(33위)와 어깨를 맞대고 있으며, 역시 부산 출신의 아이에스동서는 동향 출신의 반도건설(44위)보다 윗 자리에 올라섰다.
이들은 '동원로얄듀크'와 '에일린의뜰'이라는 주택 브랜드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분양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트투유와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3000여가구를 성공적으로 공급하면서 분양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동원개발의 경우 이 기간 경남 양산·부산 등에서 7개 단지 총 3038가구를 공급했으며 1순위 경쟁률만 49대 1에 달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이에스동서도 경기 화성·김포 등에서 3624명 모집(6개 단지)에 2만196명이 몰리면서 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
이 같은 분양 성적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영업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개별 보고서에 따르면 동원개발은 지난해보다 13% 오른 2745억원의 매출고를 올리고 있으며, 순이익도 1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이에스동서 역시 49% 오른 6915억원의 매출액과 46%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들의 주요 매출은 신규주택 분양사업이다. 동서개발은 매출액의 74%가 분양수익이고, 동시에 최근 3년 평균 자체공사 비중은 80%에 달했다. 분양사업의 성공이 곧장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반영된 셈이다.
아이에스동서 역시 마찬가지다. 요업·콘크리트사업·렌탈사업 등도 겸하고 있지만 건설사업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체사업 비중 역시 88%를 웃돌았다.
특히 영업활동 성과를 판단하는 영업이익률의 경우 각각 22%·19%로,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시공능력평가 60위권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높은 영업이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12%)의 기록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무건전성 역시 안정적이다. 동원개발은 484%에 달하는 유동비율과 3700을 상회하는 이자보상배율을 기록 중이며, 아이에스동서도 유동비율 244%·이자보상배율 10 이상을 나타냈다.
보유한 리스크도 적다. 부채비율은 동원개발 28%·아이에스동서 140%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주잔고도 지난해보다 44%·33% 늘어난 5499억원·410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동원개발의 경우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13억원)도 지난해(218억원)에 비해 크게 줄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안정적인 실적과 견실한 재무구조를 갖춘 만큼 이제는 '지역건설사'라는 꼬리표를 떼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원개발의 경우 영남권 소재 지방건설사의 인상이 너무 강해 지방 부동산 경기에 취약할 것이란 편견이 존재한다"면서도 "하지만 2015년 이후 신규분양에서 용인·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 프로젝트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도권 사업은 시행규모가 지방보다는 크기 때문에 실적 증가세 역시 가파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아이에스동서는 부산·울산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나서고 있어 신규분양과 함께 안정적인 실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사업다각화를 통해 비건설 포트폴리오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지역건설사' 이미지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