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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구조조정 컨설팅을 진행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를 놓고 업계에서 끊임없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어느 철강사로부터 자료를 요구한 적도, 실사를 진행한 적도 없어 완성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BCG는 철강 구조조정 보고서 작성에 있어 그 어떤 철강사로부터 자료를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조정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우선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설비와 생산능력이 꼼꼼하게 조사돼야 하는데 BCG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내 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에 확인해본 결과, BCG에서 자료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실사 또한 진행되지 않았다. 준비과정 미흡으로 보고서 결과에 벌써부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까닭으로 업계에서는 철강 구조조정 보고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철강사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으로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어 인위적 조정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보고서 진행 과정에 관해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해 허울뿐인 보고서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철강사 고위 임원만 해당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8월말로 보고서를 마무리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 결과에 따른 철강사들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내용에는 여러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철강협회 관계자는 귀뜸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철근, 후판, 강관 구조조정 또한 구조조정 방안 중 하나라는 얘기다.
하지만 보고서 안에 담긴 구조조정에 대한 결론은 업계 관계자들이 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협회와 BCG 모두 비밀유지협약을 이유로 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진행 과정 또한 확인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CG 관계자는 "보고서 결과는 기밀이라 그 어떠한 것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자료를 받았는지 실사가 진행됐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놓고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갈등을 빚으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역 규제 등 철강업계가 한마음으로 뭉쳐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데 양대 업체가 신경전 하는게 보기 좋지만은 않다"면서 "구조조정 보고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이렇게 갈등이 조장되는거 아니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