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중동·중남미 부진에 3분기 184억 달러로 '반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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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해외건설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연간 수주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3분기가 끝나가는 9월 21일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 물량이 2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총 184억719만8000달러로 조사되면서 비상에 걸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42억5984만 달러의 53.7%에 그치는 수준으로 2년 전인 2014년 동기간 472억2409만4000 달러에 비해선 39%에 불과한 것. 

해외건설 수주는 2010년 715억8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사상 첫 해외건설 700억 달러 시대를 열고 이후에도 2014년까지 600억 달러 중반대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저유가와 경제불안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수주액이 461억4434만80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는 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정부와 건설업계는 연말까지 총 수주액이 300억 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6년 397억9천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해외건설 수주가 부진한 것은 30∼40달러 대에 머무는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중동 등 주요 산유국가들이 대형 공사 발주를 대폭 축소한 영향이 크다.

우리 건설사들의 텃밭이던 중동지역의 경우 올해 수주 물량이 57억1392만 달러 선으로 작년 동기간 123억10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재작년 같은 기간 260억6000만여 달러에 비해선 22% 선에 그치고 있다. 

중동·아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부각하고 있던 중남미 지역의 수주도 이들 국가의 경제난으로 인해 올해 수주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41억1000만여 달러의 35% 선인 14억5000만여 달러로 급감했다.

특히 최근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란 등 일부 중동지역과 중남미·아프리카 등 개도국들은 자체 재정난으로 인해 국내 건설사들이 자금을 끌어와 공사해주길 원하고 있어 수주가 어려운 상황.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들과 공동 수주를 추진 중인 에콰도르 정유 플랜트 공사 역시 자금조달 문제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총 130억 달러 규모로 우리 건설사들의 지분은 약 40억 달러 선이다. 

현대건설은 수주를 위해 오랜 기간 공들였던 사업인 만큼 자금조달 문제도 조만간 해결돼 다음 달 중에는 최종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에콰도르를 제외하고는 남은 4분기에도 굵직한 수주는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림산업이 현재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공사 수주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연말까지 별다른 수주 낭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저유가 등의 문제로 아예 발주물량 자체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며 "특히 과거와 같은 수십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플랜트 발주가 사라지면서 수주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경제제재 해제로 주목받고 있는 이란 역시 내년 이후에야 순차적으로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해외건설 수주 시장은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