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본관 점거 70일 넘어 서강대·서울대 캠퍼스 조성 분쟁…소송·징계 등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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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7월28일부터 이대 본관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뉴데일리경제
총장 사퇴, 본관 점거, 천막 농성 등 대학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학생 간 갈등 등으로 촉발된 각종 사태는 상아탑이 학문을 위한 전당이 아닌 분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지난 7월28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을 점거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5일 기준 70일간 농성을 벌였고 요구 조건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점거 해제는 없다며 학교 측과 맞서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선정으로 이화여대 측이 '미래라이프대학'을 신설하려 하자 의견 수렴 없이 돈벌이에 나섰다며 반발했고 평단 사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대 본관을 점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1600여명 등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갈등은 심화됐고 이화여대는 지난 8월 초 평단 사업 백지화를 결정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무리한 사업 추진과 경찰 투입 등에 반발하며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최 총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사회에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6일까지 최 총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 등은 이달 7일 대규모 시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서강대학교는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놓고 학교법인과 서강대 구성원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캠퍼스 건립이 이사회 반대로 불발될 상황에 놓이면서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임기 5개월을 앞둔 지난달 29일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남양주캠퍼스 프로젝트 좌초 문제로 시작해 예수회 중심 지배구조 문제까지 서강공동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혼란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서강의 제2의 도약을 추구하는 남양주캠퍼스 사업 무산은 가슴을 칠 일이다. 예수회는 변화와 개혁을 원치 않는다"고 비난했다.
서강대 학생들은 천막 농성 등을 벌이는 등 남양주캠퍼스 설립 추진을 이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남양주캠퍼스 사업의 경우 학교법인 서강대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 갈등 상황이 봉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캠퍼스 설립을 주장하는 서강대 학생들과 달리, 서울대 학생들은 경기 시흥캠퍼스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곳곳에서 학생들은 천막농성을 진행, 앞서 지난 8월 초에는 시흥시와 기습적으로 실시협약을 맺었다며 서울대 학생 40여명이 총장실 점거를 시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등 성낙인 서울대 총장의 단과대학 미이전 등의 약속에도 대립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상지대 한의과대학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의결하고, 수업을 전면 거부한 상태다. 이들은 상지대 한방병원 정상화 대안 등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이 없자 수업을 거부하면서 유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지대 구성원과 구재단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교육부가 상지학원 이사 9명 전원에 대한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상지실천교수협의회는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상지대 측은 "양쪽 주장이 틀리기 때문에 정리가 됐으면 한다. 한의대는 수업거부 사태다. 학교 발전 위해 빨리 정상화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청주대는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법원은 청주대 전 총학생회장 등 8명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 지난해 1월 고 김준철 전 청주대 명예총장의 동상이 강제로 철거되자 학교법인 청석학원은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2014년 8월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집 부근에서 퇴진 요구하는 농성을 벌인 총학생회·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 4명에 대해 법원은 지난 7월 김 전 총장 가족들에게 2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박철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의 명예교수 임명에 반대한 학생들은 올해 8월10~18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총장실을 점거했다. 이에 학생징계위원회는 점거로 인한 업무 방해 등으로 학생 3명에 대해 유기정학 징계를 내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대대학과 학생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의견 공유는 다양해졌다. 하지만 대표자들은 유리한 것은 본인이 맡고, 아니면 의사 결정을 내려 놓는다. 학생들도 강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