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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디벨로퍼로써 입지를 다져온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들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체사업으로 올린 매출액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먹거리인 보유 분양용지가 줄어들고, 도급사업인 민간수주잔고는 늘어났다.
13일 현대산업개발의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자체사업으로 올린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7918억원 보다 18.1% 줄어든 648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은 물론, 전체 매출액에서의 비중도 같은 기간 32.6%에서 28.0%로 감소했다.
자체사업은 각종 프로젝트 기획과 제안에서부터 △설계 △자재 조달 △시공 △마케팅 △사후 관리와 운영까지 건설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보니 도급사업에 비해 수익성이 2~3배 높고, 지가 상승시 그에 따른 이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설계·조달·시공에 그치는 EPC사업보다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고, 수익구조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체에 빠진 건설업계에 새로운 사업모델로 각광받았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초 김재식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40년간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 위상을 굳건히 다져온 현대산업개발인들의 땀과 지혜를 모아 미래 40년을 열어가자. 환경 변화와 시장 재편에 맞서 현대산업개발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기회로 삼자"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김 사장은 '종합 부동산·인프라 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한 No.1 디벨로퍼 위상 강화'를 2016년 핵심과제 중 가장 앞자리에 내세웠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올 들어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하거나 분양예정 단지는 모두 11곳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곳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며, 나머지 물량 중 3곳만 자체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역시 직·간접적으로 공급한 사업지 20곳(보금자리주택, 컨소시엄 사업 포함) 또한 자체사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자체사업의 향후 먹거리인 보유 분양용지도 상반기 기준 2576억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 3802억원 대비 32% 줄어들었으며 2014년도 상반기 5310억원에 비해서는 절반도 채 안 되는 규모(-51.4%)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주택사업이 대부분인 민간공사 수주잔액이 지난해 상반기 12조1813억원 보다 9.0%가량 증가한 13조3960억원으로 집계된 점 역시 자체사업보다는 도급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측은 "기존 자체사업지 가운데 사업성이 우수한 곳 위주로 분양을 했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며 "올해의 경우 전반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이 많던 시기였던 만큼 도급사업 시행이 도드라져보일 뿐 자체사업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