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각종 의혹 설명회 '비공개' 진행…총장 사퇴론 거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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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학생, 교수, 동문 등이 최경희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 총장이 거부하면서 학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
이화여자대학교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쌓이고 있다. 미래대학 논란에서 시작된 점거농성이 80여일 넘기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자녀 특혜 입학 의혹에 정치권 외풍까지 더해져 사태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잇따른 논란에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자 이화여대 학생, 동문에 이어 교수들도 최경희 총장의 소통 부족, 독단 등을 지적하며 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130년 역사의 이대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학교측이 뒤늦게 '소통' 카드를 꺼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대 학생들은 지난 7월28일부터 학교 본관을 점거한 채 '교육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 속에 평단사업은 철회됐지만 사태 초기 1600명의 경찰에 학교에 진입한 것을 둘러싸고 학생과 학교측은 극심한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공권력 투입에 반발하며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본관 점거 농성을 17일 기준 82일째 진행 중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정치권에서 넘어온 최순실 딸 특혜 의혹이다.
201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20)가 승마특기생으로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 합격한 것을 놓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국제대회 입상 시기가 실적을 반영할 수 없는 원서접수 이후라는 점에서 특혜 입학 논란이 비화됐고 결석이 잦았던 사실과 교수에게 제출한 과제물도 엉망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르재단 등과 관련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학교 측은 특혜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동등한 자격에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최경희 총장은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연이어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일부 교수들 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이화여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소통 부재, 일방적 독선으로 사업을 추진해 구성원들의 반발을 야기한 학교 당국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자세와 노력의 진정성 측면에서 오히려 의구심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순실씨 딸 입학과 학점 이수 관련 의혹들은 학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의혹이 불거질수록 이화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크게 훼손돼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수비대위는 19일 이대 본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릴레이 시위 등을 통해 압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앞서 지난 7일 이화여대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 회의에서는 "대학의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총장이 힘든 점도 있겠지만, 총장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최 총장의 보다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주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화여대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며 17일 간담회를 계획했지만 비공개로 선을 그어 논란은 여전한 상태다.
이화여대 측은 "잘못된 정보, 루머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관계로 당분간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 및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현재 본관을 점거 중인 학생들은 진정성없는 소통이라며 간담회 참석을 거부한 채 최경희 총장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의 자진 사퇴 또는 이사회의 해임을 촉구하는 입장은 변함없다. 교수협의회도 총장 사퇴를 이야기하는데 학교 측의 일방적 비공개 간담회는 일방적 소통 자리다. 정작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끊임없는 의혹에도 학교 본부는 설명회를 공개하지 않는다.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학교 측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각종 의혹에 대해 학교 본부에 대한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모든 사태의 책임자인 최경희 총장이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