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푸드 B2C 아이스크림 진출에 속끓는 거래처… "상도 어긋나"

롯데푸드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B2C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원재료를 업체에 납품하는 B2B 사업만 진행해왔지만 이제 매장을 열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팔기 시작한 것.

롯데푸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 업계 1위 노하우를 살려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롯데푸드로부터 원료를 납품받아 온 거래처들은 "상도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는 1990년대부터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온 국내 1위 소프트 아이스크림 업체이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와 편의점 미니스톱, 아이스크림 전문점 소프트리를 포함해 전국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나 카페 등에 원재료인 소프트 믹스를 납품해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맛과 차별화는 원재료인 소프트 믹스에서 결정되는데 이를 납품해 온 롯데푸드는 재료 배합비나 성분 등 제품의 스펙을 모두 알고 있다"면서 "어찌보면 우리쪽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셈인데 직접 B2C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니 상도에 어긋나는거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푸드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게 사실"이라면서 "그동안 정말 오랜 기간 믿고 거래를 해왔는데 사업 진출 전에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괜찮았을텐데 기사를 통해 알게 돼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롯데푸드 측은 "지금까지는 소프트 아이스크림 믹스를 B2B로 납품만 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면서 "밀크바 운영을 통해 롯데푸드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확고한 브랜드력을 갖출 수 있게 돼 기존 거래체 입장에서도 더욱 우리 제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가 롯데리아와 미니스톱에 납품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1000~2000원대의 저가형 아이스크림으로 가격대나 타겟층이 다르지만, 소프트리는 파스퇴르 유기농 소프트 믹스를 사용하고 있어 고객층이 겹칠 우려가 있다.

롯데푸드는 최근 롯데백화점 평촌점에 플래그십 스토어 '파스퇴르 밀크바(MILK BAR)'를 오픈했다.

파스퇴르의 프리미엄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밀크 디저트 18종을 선보이며 대표 메뉴는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밀크셰이크다. 롯데푸드는 평촌점 반응을 살핀 뒤 추후 서울까지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성장 동력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유업계가 유제품 사업 노하우를 쉽게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스크림 사업에 연달아 진출하는 가운데 롯데푸드도 여기에 합세했다"면서 "롯데푸드 '밀크바'는 현재 1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전국 롯데백화점에 입점하게 되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프리미엄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도 금세 주도권을 잡게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현재 국내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은 약 1000억원대로 추산되며 디저트 문화의 확산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프트 아이스크림 제조기기 납품업체의 매출은 2014년 대비 2015년 18.9% 신장했으며 올해도 20%대의 신장률이 예상된다.

롯데푸드 외에도 매일유업은 자회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바셋'과 상하 아이스크림샵 등 총 83개 매장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백미당' 매장을 16곳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빙그레가 잠실 롯데백화점에 '소프트랩' 팝업스토어를 열고 프리미엄 소프트 아이스크림 B2B 사업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