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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의 고용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박사 학위를 소지한 전임교원 중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비정년트랙'의 경우 통상 2년 계약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한다.
비정년트랙은 고용 불안·낮은 임금 등으로 학문 연구 및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일 수 있지만 대학들은 오로지 수치에만 급급,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투자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31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2003년 연세대에서 처음 선보인 비정년트랙은 단기 계약직 형태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교수를 임용,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와 달리 승진에서 제외되는 등 근무 여건이 다르다.
애초 특수학문 분야 수요 해결을 위해 등장한 것이 비정년트랙 교수였다. 하지만 대학가에선 계열에 상관 없이 전체 분야에 비정년트랙 교수를 확대시켰다. 가장 이유는 임금이다. 지난해 기준 평균 9천만원대 연봉을 받는 테뉴어 교수보다 비정년트랙은 3분의 2가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학별로 진행 중인 교수 초빙 공고를 살펴보면 경기 소재 A대학은 전임교원 임용 기간을 2년만 보장했고, 서울의 한 대학은 2년간 실적을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부분을 분명히 했다. 강원 소재 B대학은 정년트랙·비정년트랙으로 구분해 신임 교원을 선발한다고 전달했다.
교육부의 각종 대학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만큼 교원이 많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 임금은 낮고, 전임교원으로 분류되는 계약직 교수 채용을 늘리는 것이다.
올해 9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표한 '통계로 본 대학구조조정 실패의 민낯' 자료에서 작년 기준 4년제 대학 전임교원 확보 비율은 80%로, 2008년 70.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전임교원 비율은 늘었지만 정년 트랙 비중은 낮아졌다. 4년제 사립대 70여개교의 정년트랙·비정년트랙 교원의 경우 지난해 기준 각각 79.4%, 20.6%로 2011년(88%, 12%)과 비교하면 비정년 교원의 비중이 확대됐다.
전임교원 신규 임용의 경우 2011년 45.7%였던 비정년트랙은 지난해 56.6%로, 신임교원 절반 이상이 계약직 교수인 셈이다.
C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평가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자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실상 계약직인 비정년트랙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다. 당연히 '교수님'이기 때문에 비정년트랙이더라도 박사 학위 소지는 필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이름을 올렸던 한 대학은 50% 초반대인 전임교원 확보율을 이듬해 약 20%포인트 올리면서, 재정제한 명단에서 제외됐다. 당시 이 대학이 전임교원 확대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고학력자를 비정규트랙 교수로 임용, 대부분 신임 교원은 계약직으로 채용하 바 있다.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재계약을 통해 교수직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눈 밖에 난다면 재임용에서 탈락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연구보다는 '눈치'에 더욱 신경 쓴다는 지적이다.
D대학 교수는 "재임용 평가에서 실력이 좋은 계약직 교수가 탈락하는 등 능력보다는 특정 사항에 대한 부분이 작용하기도 한다. 인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임용이 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인재 육성을 위한 부분이 아닌 보여주기식 인원 확대, 지표 충족 수단 등을 위해 대학들이 계약직 교수를 대거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E대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교수라도 고용이 불안하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립대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수익 악화 등으로 낮은 비용을 투입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결국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닌 학교를 위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