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염기서열 공개 요구에… 휴젤 "공개해 책임 물을 것", 대웅 "법적대응 고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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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 톡신’ 기원에 대해 제약사 간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1300억 규모 국내 시장을 놓고 업계 1~3위 제약사간 논란이 계속되면서 법적 다툼으로 번질 태세다.
바이오벤처사 ‘메디톡스’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설명회를 통해 ‘휴젤’과 ‘대웅제약’ 두 업체에게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면서 투명경쟁할 것을 촉구했다.
휴젤과 대웅제약은 그동안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것은 정부도 요구하지 않는 기업기밀"이라며 "메디톡스의 부당한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최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디톡스는 2014년 기준 1300억원 규모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중 43%를 점유하고 있다. 이어 휴젤이 35%의 점유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대웅제약은 후발주자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휴젤 메디톡스 순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4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국내 제약사가 진출하기 위해 역량을 다하고 있다.
△ 메디톡스 “염기서열, 기업기밀 아냐…반드시 공개해 투명경쟁 해야”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4일 기자 설명회에서 자사 보툴리눔 톡신 유전체 370만 개를 공개했다. 이는 대웅제약이나 휴젤도 염기서열 공개에 동참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유전체 염기서열을 기업 기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글로벌 제약사 ‘입센’, ‘멀츠’, ‘앨러간’ 등은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인 ‘진뱅크’에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했으며 다른 제약사들도 서서히 공개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은 라면 스프 정도 되는 분량으로 수백만 명을 살해할 수 있는 독소로 생화학 무기로 사용될 때 출처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대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출처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툴리눔 톡신의 염기서열 370만개 중 1만3000개만 공개했으나 메디톡스의 것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메디톡스를 비롯한 일각에선 자사 균주를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획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앨러간 사와 메디톡스가 제조‧판매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에릭 존슨 미국 위스콘신 대학 교수는 “동일 지역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라도 유전체 염기서열이 100% 동일하다는 사례는 보고된 적 없다”며 “보툴리눔 균주는 지리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툴리눔 균주가 배양이 거듭될수록 변이를 해 똑같은 염기서열을 갖기 어렵다”고 정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보툴리눔 톡신을 연구하는 글로벌 학회 ‘통합보툴리눔연구협의회’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가 지리적 편향성을 갖는 이유는 미국‧유럽‧남미 등 토양 성질에 따라 잘 발견되고 덜 발견되는 종류가 있다는 것.
보톡스로 사용될 수 있는 균주는 미국에서 제일 잘 발생한 반면, 국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휴젤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준비 중, 3개월 걸려…논란 종지부 찍을 것“
휴젤은 대웅제약과 달리 메디톡스의 제안을 수용,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으며 3개월 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악의적인 균주 출처 의혹제기에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을 준비함과 동시에 법적대응을 준비하면서 보다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휴젤 측은 강조했다.
휴젤에 따르면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문경엽 휴젤 대표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메디톡스의 균주와 전혀 관련이 없다.
휴젤 관계자는 “현재 법원에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준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즉각 중단하고 의약품 품질로 승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대웅제약 “정부 조건 갖춰 문제없어… 근거 없는 흠집잡기 중단해야”
대웅제약은 자사 보툴리눔 톡신이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켰다며 근거 없는 흠집잡기는 중단해야 한다고 방어에 나섰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염기서열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허위사실을 토대로 논란을 일으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 허가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메디톡스를 제외하고 다른 규제기관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균주의 출처 등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갖춰 제품 허가를 받은 상태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보다 먼저 미국 등의 시장에 진출할 것을 염려, 고의적으로 음해하기에 나섰다는 게 대웅제약의 설명이다.
이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연구팀이 균주를 발견해 개발했으며 자연 상태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을 발견하는 사례는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며 보툴리눔 톡신 출처에 대한 의혹을 부정했다.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된다면 대웅제약은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메디톡스의 근거 없는 흠집내기로 국내 의약품 시장 혼란과 함께 기업 이미지 실추로 해외시장 진출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법적 조치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전체 염기서열= 특정 생물체를 나타내는 고유한 식별표지다. 상품에 부착되는 ‘바코드’와 같은 것으로 이것만 있으면 생물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인지 알 수 있다.